전장·로봇 공급망의 기록
로봇·모빌리티 테마와 전장(자동차 전자부품) 공급망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공시·거래소 데이터로 정리한 사실의 타임라인.
전 363편 · 24 / 46 페이지
수소차 심장을 층층이 쌓는 얇은 판: 연료전지 '분리판'과 소재 3파전
수소전기차의 심장인 연료전지 스택은, 종잇장처럼 얇은 판 수백 장을 층층이 쌓아 만든다. 그 판이 '분리판(분리막)'이다. 수소와 공기를 흘려보내고, 전기를 통하게 하고, 물과 열까지 다스리는 이 판은 연료전지 원가의 약 5분의 1을 차지하는 핵심 부품이다. 흑연에서 금속으로, 다시 탄소복합소재로 이어지는 소재 경쟁 속에서, 케이퓨얼셀이 현대차와 함께 개발한 차세대 분리판이 원가를 70% 넘게 낮췄다.
앞유리에 길을 그리다: 도로 위로 올라온 정보, AR HUD와 '거울 없는' 광학
예전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는 앞유리 한구석에 속도만 띄우는 작은 장치였다. 그런데 이제는 실제 도로 위에 내비게이션 화살표와 위험 경고를 겹쳐 그리는 '증강현실(AR) HUD'로 진화하고 있다. 운전자가 고개를 숙이지 않아도 정보가 길 위에 나타나니, 시선을 도로에서 떼지 않아도 된다. 현대모비스가 홀로그래픽 방식으로, 신화인터텍이 '거울 없는' 광학으로 이 앞유리 스크린 경쟁에 뛰어들었다.
안개도 어둠도 뚫는 '네 번째 차원': 4D 이미징 레이더와 K-센서의 도약
카메라는 어두우면 못 보고, 라이다는 안개와 비에 약하다. 그 빈틈을 메우는 센서가 레이더다. 다만 예전 레이더는 물체를 '점'으로만 잡아 해상도가 낮았다. 여기에 '높이(수직)'라는 네 번째 차원을 더한 것이 4D 이미징 레이더다. 거리·속도·방향에 높이까지 읽어 세상을 입체로 그리면서도, 안개와 어둠을 뚫는 전천후 성능은 그대로다. 비트센싱과 스마트레이더시스템 등 한국 기업들이 이 시장을 자동차에서 방산·로봇으로 넓히고 있다.
회전을 '미는 힘'으로 바꾸는 나사: 휴머노이드의 숨은 부품 '유성 롤러 스크류'
휴머노이드 로봇의 '근육'이라 하면 흔히 모터와 감속기를 떠올린다. 그런데 무릎을 굽히고 허리를 펴는 힘, 곧 모터의 회전을 곧게 미는 힘으로 바꾸는 부품이 하나 더 있다. '유성 롤러 스크류'다. 감속기와 함께 로봇 원가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이 정밀 나사는, 아직 공급망이 다 짜이지 않은 병목이자 기회다. 자동차 조향에서 볼 스크류를 만들어 온 HL만도가 이 문을 두드리고 있다.
차 한 대에 콘덴서 3만 개: '전자산업의 쌀' MLCC와 전장화의 숨은 수요
MLCC는 쌀알보다도 작은 부품이라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전자기기 어디에나 수백에서 수천 개씩 들어간다. 그래서 '전자산업의 쌀'로 불린다. 내연기관차에 3000개쯤 들어가던 이 부품은 순수 전기차에 1만8000개, 자율주행차에는 최대 3만 개까지 늘어난다. AI 서버와 전장이라는 두 수요가 겹치며, 삼성전기가 자율주행용 초고용량 MLCC 양산에 나섰다.
운전대와 바퀴를 잇는 쇠기둥이 사라진다: '바이 와이어'와 조향·제동의 전자화
자동차의 운전대는 100년 넘게 쇠기둥(조향축)으로 앞바퀴와 물리적으로 연결돼 있었다. 브레이크도 유압으로 작동했다. 그런데 이 마지막 기계식 연결마저 전선과 전기신호로 대체되고 있다. '스티어 바이 와이어(SbW)'와 '브레이크 바이 와이어(BbW)'다. 2022년 한국자동차연구원이 상용화 임박을 예고했고, 2026년 벤츠가 EQS에 SbW를 양산 적용하며 그 예고가 현실이 됐다.
로봇의 팔다리에도 눈이 달린다: 스마트폰 카메라모듈의 휴머노이드 대이동
휴머노이드 로봇은 머리에만 눈이 있는 게 아니다. 팔과 다리, 무릎과 허리 곳곳에 초소형 카메라가 달려 가까운 물체를 살핀다. 현대차그룹이 2028년 연 3만 대 로봇 양산을 앞두고, 삼성전자 스마트폰 카메라모듈 협력사들에 이 '몸의 눈'을 만들어 달라고 손을 내밀었다. 스마트폰에서 다져온 초소형·저비용·대량생산 역량이, 로봇 공급망의 새 무기가 되고 있다.
거울이 카메라가 될 때: 디지털 사이드미러(CMS)와 후사경의 전장화
자동차 양옆에 달린 사이드미러는 100년 넘게 '거울'이었다. 그런데 이 거울마저 카메라와 화면으로 바뀌고 있다. 차 밖 카메라가 찍은 영상을 실내 디스플레이로 보여주는 '디지털 사이드미러(CMS)'다. 공기저항을 줄여 연비를 높이고 사각지대를 좁히는 이 기술이, 마침 중국이 시장을 열면서 국내 카메라·부품 업체에 새 기회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