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로봇 공급망의 기록
로봇·모빌리티 테마와 전장(자동차 전자부품) 공급망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공시·거래소 데이터로 정리한 사실의 타임라인.
전 413편 · 35 / 52 페이지
도로를 미리 읽는 서스펜션: '프리뷰 에어 서스펜션'과 승차감의 전장화
서스펜션은 오랫동안 노면 충격을 '받아서' 흡수하는 부품이었다. 그런데 요즘 고급차의 서스펜션은 카메라와 내비게이션으로 도로를 '미리 읽고' 준비한다. 과속방지턱 100m 전에 앞바퀴를 슬쩍 높이는 식이다. 승차감을 좌우하던 기계 부품이 센서와 전자제어로 무장하며 전장화되고 있고, 그 핵심 부품인 에어 스프링은 한국 부품사의 손으로 국산화됐다.
헤드램프 회사가 로봇 다리를 만든다: '에스엘'과 자동차 부품사의 로봇 대전환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 다리가 자꾸 부러지자, 미국 엔지니어들이 한국의 한 헤드램프 회사를 찾아왔다. 60년간 현대차에 램프를 대던 에스엘은 알루미늄 소재와 구조를 바꿔 문제를 풀었고, 곧 다리 모듈 납품 계약을 맺었다. 자동차 부품과 로봇 부품은 60~70%가 겹친다. 그 겹침 위에서, 한국 자동차 부품사들이 통째로 로봇 부품사로 변신하고 있다.
화면 위의 '보이지 않는 방패': 차량용 3D 커버글라스와 곡면 디스플레이
자동차 대시보드가 통째로 화면이 되는 시대다. 그 화려한 디스플레이 위에는 반드시 한 겹의 유리가 덮인다. 운전대 앞을 가로지르는 이 곡면 커버글라스는 화면을 보호하면서도 빛 반사와 지문을 잡아야 하는 까다로운 부품이다. 중국이 강세인 이 시장에서, 한국의 제이앤티씨가 벤츠 하이퍼스크린을 시작으로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의 방패를 만들고 있다.
배터리에서 구리 50kg을 걷어내다: '무선 BMS'와 사라지는 배선
전기차 배터리 팩 안에는 수백 개의 셀을 관리하는 '신경망'이 있다. 각 셀의 상태를 읽어 BMS로 보내는 구리 배선인데, 그 무게가 완성차 한 대당 평균 50kg에 달한다. 그 배선을 통째로 걷어내는 기술이 '무선 BMS'다. 현대차가 제네시스 GV90에 처음 적용하며, 배터리 관리의 문법이 유선에서 무선으로 넘어가고 있다.
자율주행차의 눈이 똑똑해진다: 차량용 이미지센서와 '시각 지능'의 부상
자동차 카메라 모듈은 앞서 다뤘다. 그런데 그 카메라의 진짜 심장은 빛을 전기 신호로 바꾸는 반도체, 이미지센서다. 차가 똑똑해질수록 눈의 수는 늘고 값은 오른다. 게다가 이제 이미지센서는 그냥 '보는' 것을 넘어, 센서 안에서 스스로 판단하는 '시각 지능'으로 진화한다. 자동차와 로봇이 같은 눈을 공유하는 시대다.
관절 속의 '보이지 않는 정밀': 휴머노이드 베어링과 표준 선점 경쟁
로봇의 관절을 이야기할 때 감속기와 모터는 자주 등장한다. 그런데 그 관절이 부드럽고 정확하게 돌게 하는 더 작은 부품이 있다. 베어링이다. 휴머노이드 시장은 아직 표준 규격조차 정해지지 않은 초기 단계다. 그 백지 위에 설계 기준을 먼저 그리려는 경쟁이 시작됐고, 일본과 독일에 기대던 고정밀 베어링을 국산화한 한국 기업이 그 자리에 끼어들었다.
수입 95%의 칩을 직접 만든다: 현대모비스가 쏘아올린 'K-차량용 반도체'
2021년, 반도체가 없어서 다 만든 차를 출고하지 못했다. 차량용 반도체의 95% 이상을 수입에 기대던 구조가 만든 참사였다. 그 트라우마가 한국을 움직였다. 현대모비스가 국내 팹리스·파운드리 23곳을 모아 'K-차량용 반도체' 양산에 나선다. 내년부터 10종 이상, 모바일·가전 기술을 차로 끌어오는 영리한 전략으로.
차와 차가 직접 대화한다: 'V2X 통신 반도체'와 자율주행의 신경망
자율주행차는 자기 눈(센서)만으로 달리지 않는다. 모퉁이 너머 보이지 않는 차, 빙판길, 사고 현장을 미리 알려면 차와 차, 차와 도로가 직접 대화해야 한다. 그 대화를 가능케 하는 것이 'V2X 통신 반도체'다. 퀄컴과 NXP가 장악한 이 시장에서, 한국의 작은 팹리스 에티포스가 글로벌 톱10에 이름을 올리며 'V2X 주권'을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