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로봇 공급망의 기록
로봇·모빌리티 테마와 전장(자동차 전자부품) 공급망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공시·거래소 데이터로 정리한 사실의 타임라인.
전 382편 · 28 / 48 페이지
배터리에서 '쇳가루'를 걷어내는 자석: 탈철기와 대보마그네틱의 보이지 않는 1위
배터리 화재의 씨앗은 거창한 곳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세한 쇳가루 한 톨일 수 있다. 양극재·음극재 가루에 섞인 금속 이물질은 내부 단락을 일으켜 발화로 이어진다. 그래서 배터리 소재를 만들 때 강력한 자석으로 이 철분을 걸러내는 '탈철기'가 필수 공정이 된다. 이 보이지 않는 장비에서 세계 1위를 지켜온 국내 기업, 대보마그네틱의 이야기다.
가루를 빚어 로봇 관절을 찍어낸다: 금속분말사출성형(MIM)과 휴머노이드 초소형 감속기 국산화
휴머노이드 로봇의 손가락과 관절에는 손톱만 한 정밀 금속 부품이 수십 개씩 들어간다. 이렇게 작고 복잡한 부품을 깎아서 하나씩 만들면 값이 비싸고 양산이 어렵다. 그래서 금속 가루를 반죽해 플라스틱처럼 찍어낸 뒤 구워 굳히는 '금속분말사출성형(MIM)'이 주목받는다. 자동차 부품으로 이 공법을 다져온 한국피아이엠이 8mm 초소형 감속기를 앞세워 로봇 부품 양산에 도전하고 있다.
전기를 '다스리는' 검은 코어: 전기차 전력변환 속 페라이트와 리액터의 국산화
전기차 안에는 전기를 만드는 부품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전기를 '다스리는' 부품이 있다. 충전기와 컨버터 속에서 요동치는 전류를 붙잡아 매끄럽게 다듬는 리액터와 트랜스포머가 그렇고, 그 심장에는 산화철로 만든 검은 자성체, 페라이트 코어가 들어간다. 희토류가 전혀 들어가지 않는 이 소재가, 중국의 자원 무기화 국면에서 조용히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삼화전자와 상신전자 같은 국산 소재 기업의 이야기다.
전기차 커넥터 속 '은막'을 단단하게: 접점 신뢰성과 재료연의 Ag-PTFE 도금
전기차 한 대에는 전기가 금속에서 금속으로 건너가는 '접점'이 수백 곳 있다. 커넥터, 릴레이, 스위치가 그런 곳인데, 여기에는 전도성이 좋은 은이 얇게 입혀진다. 문제는 은이 물러서 꽂고 빼기를 반복하면 쉽게 닳는다는 점이다. 한국재료연구원이 이 은막을 더 단단하고 덜 닳게 만드는 Ag-PTFE 복합도금 기술을 내놨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접점의 신뢰성을 끌어올리는 이야기다.
배터리 안전의 마지막 막 '분리막': 중국 90% 벽과 K배터리의 반격 카드
배터리 4대 소재 가운데 가장 덜 알려졌지만, 화재와 폭발을 막는 안전의 최전선이 있다. 양극과 음극이 직접 닿지 않게 막는 얇은 막, 분리막이다. 그런데 이 핵심 소재의 세계 시장을 중국이 90% 가까이 장악했고, 한국계 점유율은 3%대로 내려앉았다. 다만 최근 가격이 반등하고 ESS와 탈중국 수요가 커지면서, K배터리는 물량이 아닌 고부가 안전 기술로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배터리를 '굽지 않고' 만든다: 용매를 걷어낸 '건식 전극'과 전고체로 가는 길
배터리 전극은 지금까지 재료를 용매에 개어 얇게 바른 뒤 긴 오븐에 구워 만들었다. 이 '굽는' 공정은 돈과 에너지, 공장 공간을 크게 잡아먹는다. 그래서 용매 없이 분말을 눌러 전극을 만드는 '건식 전극'이 차세대 공법으로 주목받는다. 한국 연구진이 그 걸림돌이던 불소계 소재까지 걷어냈고, LG에너지솔루션은 이 기술을 전고체 배터리의 열쇠로 앞세운다.
모터·인버터·감속기를 하나로: LG마그나 5년과 전기차 구동의 '통합' 승부수
전기차가 달리려면 모터가 돌고, 인버터가 전기를 다스리고, 감속기가 힘을 바퀴로 옮긴다. 이 블로그는 그 부품들을 하나씩 다뤄 왔는데, 이제 흐름은 셋을 '한 덩어리'로 묶는 통합으로 넘어간다. LG전자와 마그나의 합작사 LG마그나가 출범 5년을 맞아, 전기차 캐즘을 지나 800V 통합 구동시스템으로 반전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엔진오일의 변신: 전기차 배터리와 AI를 식히는 정유사의 '액침냉각유'
전기차가 늘면 엔진오일을 팔던 정유사는 무엇으로 먹고살까. 답은 뜻밖에도 '식히는 액체'다. 윤활기유를 만들던 기술로, 전기가 통하지 않는 특수 냉각유를 빚어 전기차 배터리와 AI 데이터센터를 통째로 담가 식힌다. 자동차 유체 공급망이 EV와 AI로 넘어가는 '액침냉각'의 세계를 들여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