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로봇 공급망의 기록
로봇·모빌리티 테마와 전장(자동차 전자부품) 공급망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공시·거래소 데이터로 정리한 사실의 타임라인.
전 375편 · 27 / 47 페이지
배터리의 '혈액' 전해액: 4대 소재 마지막 조각과 엔켐의 글로벌 톱3 도전
배터리 4대 소재 가운데 가장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전해액이다.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리튬이온이 헤엄쳐 건너가는 '길'이자 배터리의 혈액이다. 그런데 이 액체는 셀의 성격에 맞춰 매번 새로 조제해야 한다. 부푸는 실리콘 음극, 전압을 높인 양극, ESS용 LFP까지 저마다 다른 처방이 필요하다. 이 맞춤 조제 경쟁에서 국내 기업 엔켐이 북미를 발판으로 글로벌 톱3를 노리고 있다.
배터리에서 '쇳가루'를 걷어내는 자석: 탈철기와 대보마그네틱의 보이지 않는 1위
배터리 화재의 씨앗은 거창한 곳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세한 쇳가루 한 톨일 수 있다. 양극재·음극재 가루에 섞인 금속 이물질은 내부 단락을 일으켜 발화로 이어진다. 그래서 배터리 소재를 만들 때 강력한 자석으로 이 철분을 걸러내는 '탈철기'가 필수 공정이 된다. 이 보이지 않는 장비에서 세계 1위를 지켜온 국내 기업, 대보마그네틱의 이야기다.
가루를 빚어 로봇 관절을 찍어낸다: 금속분말사출성형(MIM)과 휴머노이드 초소형 감속기 국산화
휴머노이드 로봇의 손가락과 관절에는 손톱만 한 정밀 금속 부품이 수십 개씩 들어간다. 이렇게 작고 복잡한 부품을 깎아서 하나씩 만들면 값이 비싸고 양산이 어렵다. 그래서 금속 가루를 반죽해 플라스틱처럼 찍어낸 뒤 구워 굳히는 '금속분말사출성형(MIM)'이 주목받는다. 자동차 부품으로 이 공법을 다져온 한국피아이엠이 8mm 초소형 감속기를 앞세워 로봇 부품 양산에 도전하고 있다.
전기를 '다스리는' 검은 코어: 전기차 전력변환 속 페라이트와 리액터의 국산화
전기차 안에는 전기를 만드는 부품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전기를 '다스리는' 부품이 있다. 충전기와 컨버터 속에서 요동치는 전류를 붙잡아 매끄럽게 다듬는 리액터와 트랜스포머가 그렇고, 그 심장에는 산화철로 만든 검은 자성체, 페라이트 코어가 들어간다. 희토류가 전혀 들어가지 않는 이 소재가, 중국의 자원 무기화 국면에서 조용히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삼화전자와 상신전자 같은 국산 소재 기업의 이야기다.
전기차 커넥터 속 '은막'을 단단하게: 접점 신뢰성과 재료연의 Ag-PTFE 도금
전기차 한 대에는 전기가 금속에서 금속으로 건너가는 '접점'이 수백 곳 있다. 커넥터, 릴레이, 스위치가 그런 곳인데, 여기에는 전도성이 좋은 은이 얇게 입혀진다. 문제는 은이 물러서 꽂고 빼기를 반복하면 쉽게 닳는다는 점이다. 한국재료연구원이 이 은막을 더 단단하고 덜 닳게 만드는 Ag-PTFE 복합도금 기술을 내놨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접점의 신뢰성을 끌어올리는 이야기다.
배터리 안전의 마지막 막 '분리막': 중국 90% 벽과 K배터리의 반격 카드
배터리 4대 소재 가운데 가장 덜 알려졌지만, 화재와 폭발을 막는 안전의 최전선이 있다. 양극과 음극이 직접 닿지 않게 막는 얇은 막, 분리막이다. 그런데 이 핵심 소재의 세계 시장을 중국이 90% 가까이 장악했고, 한국계 점유율은 3%대로 내려앉았다. 다만 최근 가격이 반등하고 ESS와 탈중국 수요가 커지면서, K배터리는 물량이 아닌 고부가 안전 기술로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배터리를 '굽지 않고' 만든다: 용매를 걷어낸 '건식 전극'과 전고체로 가는 길
배터리 전극은 지금까지 재료를 용매에 개어 얇게 바른 뒤 긴 오븐에 구워 만들었다. 이 '굽는' 공정은 돈과 에너지, 공장 공간을 크게 잡아먹는다. 그래서 용매 없이 분말을 눌러 전극을 만드는 '건식 전극'이 차세대 공법으로 주목받는다. 한국 연구진이 그 걸림돌이던 불소계 소재까지 걷어냈고, LG에너지솔루션은 이 기술을 전고체 배터리의 열쇠로 앞세운다.
모터·인버터·감속기를 하나로: LG마그나 5년과 전기차 구동의 '통합' 승부수
전기차가 달리려면 모터가 돌고, 인버터가 전기를 다스리고, 감속기가 힘을 바퀴로 옮긴다. 이 블로그는 그 부품들을 하나씩 다뤄 왔는데, 이제 흐름은 셋을 '한 덩어리'로 묶는 통합으로 넘어간다. LG전자와 마그나의 합작사 LG마그나가 출범 5년을 맞아, 전기차 캐즘을 지나 800V 통합 구동시스템으로 반전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