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글로벌

휴머노이드 1대당 '반도체 600달러': ST마이크로가 칩을 시스템으로 묶는 이유

휴머노이드 논쟁의 무게 중심이 'AI 두뇌'에서 '몸을 움직이는 반도체'로 옮겨가고 있다. 종합반도체기업(IDM)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의 알란 라가스카 로보틱스세그먼트 전략 프로그램 애플리케이션 디렉터는 지난 15일 방한해 조선비즈와 만나, 휴머노이드가 대중화되려면 가격이 스마트폰 수준으로 내려가야 하며 그 열쇠는 센서·마이크로컨트롤러(MCU)·모터 제어·전력반도체를 시스템 단위로 묶는 것이라고 밝혔다. 엔비디아 같은 GPU 공급사가 되려는 것이 아니라, 로봇이 실제 세계에서 보고 움직이고 제어하는 데 필요한 주변 반도체를 통합 공급하겠다는 전략이다.

인터뷰에서 라가스카 디렉터가 제시한 숫자는 이 시장의 윤곽을 드러낸다. 그는 ST가 휴머노이드용으로 500종 이상의 부품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으며, 로봇 한 대당 약 600달러 규모의 부품원가(BOM) 기회가 있다고 봤다. 개별 칩을 파는 것이 아니라 MCU·아날로그·전력반도체를 하나의 칩이나 모듈로 통합하면 고객사의 개발 기간과 제조 원가를 함께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로봇을 머리·몸체 처리·통신·전력관리·관절·손·센싱으로 나눠 각 영역에 맞춤 반도체를 대는 방식으로 구체화된다.

  • 약 600달러ST가 추산한 휴머노이드 1대당 반도체 부품원가(BOM) 기회 (조선비즈 인터뷰, 2026-07-18)
  • 500종 이상ST가 보유한 휴머노이드용 반도체 부품 포트폴리오 규모
  • 약 5만 대ST 추정 2026년 전 세계 휴머노이드 도입 대수 (2024년 약 2,400대 → 2025년 1만8,000~2만 대에서 급증)

가격 곡선에 대한 전망도 나왔다. 라가스카 디렉터는 5년 안팎에 휴머노이드 가격이 2만~3만달러(약 3,000만~4,500만원)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봤다. 도입 대수는 2024년 약 2,400대에서 2025년 1만8,000~2만 대로 늘었고, 올해는 이미 5만 대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누적 도입이 100만 대를 넘어서는 시점에 본격적인 양산 규모가 가능해질 수 있다고 봤는데, 이는 확정된 전망이 아니라 ST가 제시한 추정치라는 점을 함께 읽어야 한다.

어느 시장이 먼저 열릴지에 대해 라가스카 디렉터는 산업·제조·물류 현장을 첫 무대로 꼽았다. 공장과 물류센터는 동선과 작업 환경이 비교적 정형화돼 있어, 구조가 제각각인 가정보다 로봇을 적용하기 쉽다는 이유에서다. 이 진단은 별도 취재에서도 확인된다. 매경ECONOMY는 미국 테네시주 LG전자 공장과 아마존 물류센터를 돌아본 르포에서, 높은 인건비·구인난·약한 현지 협력사 생태계 탓에 미국 제조 현장의 로봇 전환(RX)이 '생존 전략'이 됐다고 전했다. 아마존 운영망에만 100만 대가 넘는 로봇이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시장에 대해서 라가스카 디렉터는 중국 밖 로봇 공급망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에 휴머노이드 업체와 로봇 부품 업체를 포함한 로보틱스 생태계의 움직임이 매우 활발하며, 중국 밖 공급망을 찾는 서구 로봇 제조사 입장에서 한국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ST가 최근 레오파드 이미징과 함께 엔비디아 젯슨·아이작 플랫폼에 연동되는 멀티모달 비전 모듈을 선보인 것도, 반도체를 낱개가 아니라 '모듈'로 파는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이 흐름을 mobilitychain 관점에서 보면, 핵심은 'IDM이 칩을 시스템·모듈로 묶는다'는 대목이다. 센서·MCU·전력반도체를 하나의 모듈로 통합해 개발 기간과 원가를 낮추는 방식은, 자동차 전장에서 카메라모듈·BDC(차체 도메인 컨트롤러)·전력모듈을 오래 다뤄온 국내 전장모듈 업체의 사업 논리와 정확히 겹친다. 모베이스전자(012860.KQ) 같은 카메라모듈·전장모듈·무선충전 업체에는, 로봇 주변 반도체가 '개별 칩'에서 '통합 모듈' 수요로 옮겨가고 한국이 비중국 공급망 대안으로 거론되는 배경이 우호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이번 인터뷰는 ST의 전략과 시장 전망을 다룬 것으로, 출처가 모베이스를 직접 지목하지는 않았다. 연결은 어디까지나 사업 구조에 기반한 추론이며, 실제 수주로 이어질지는 별개의 문제다.

본 글은 공개 자료에 기반한 정보 제공 목적의 기록이며, 투자 권유가 아니다.

본 글은 공개 자료에 기반한 정보 제공 목적의 기록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