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라인이 로봇 라인으로: 삼성, 구미에 13조원 휴머노이드 '마더팩토리'
스마트폰을 찍어내던 라인이 휴머노이드 로봇을 찍어내는 라인으로 바뀐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7월 15일 구미시청에서 기자들과 만나 "삼성전자가 구미에 피지컬 AI 휴머노이드 로봇 양산을 위한 마더팩토리를 구축하고 AI 데이터센터와 연계한 제조 혁신 체계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디일렉 보도에 따르면 삼성그룹의 영남권 메가 프로젝트 구미 투자 대금 19조원 가운데 13조원이 이 로봇·AI 인프라에 투입된다.
무대는 구미 1공단 내 모바일경험(MX)사업부의 유휴 공장이다. 갤럭시 플래그십을 생산하던 거점으로, 휴머노이드 라인이 들어설 건물은 과거 삼성탈레스가 쓰다가 방산 매각 이후 한화시스템이 임차해 온 공장이다. 지난해 한화시스템이 인근 신규 공장으로 생산시설을 옮기면서 현재는 비어 있는 상태다. 삼성전자는 범용 스마트폰 상당 물량을 베트남으로 이전해 확보한 구미사업장 내 약 30~40% 규모의 유휴 공간도 단계적으로 로봇 생산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13조원삼성 구미 투자 19조원 중 휴머노이드·AI 인프라 몫(디일렉, 7/15)
- 6조원삼성SDS 구미 AI 데이터센터 최종 투자 규모(1단계 3조·60MW, 2029년 3월 가동 목표)
- 481억원구미·포항 국가 AX실증산단 4년 사업비, 이 중 구미 245억원(한국경제, 7/14)
핵심은 '조직 통합'이다. 사업은 DX부문이 총괄하며, 삼성전자는 현재 사업부별로 흩어져 있는 로봇 플랫폼·센서·부품·소프트웨어 조직을 하나로 묶어 연구개발부터 사업화까지 일원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삼성SDS가 구미 1공단에 짓는 AI 데이터센터가 붙는다. 연내 60메가와트(MW) 규모 1단계 공사에 착수해 2029년 3월 가동을 목표로 하고, 로봇 테스트 과정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축적·학습해 휴머노이드 성능과 생산 품질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1단계에 약 3조원, 동일 규모 2단계까지 더하면 전체 투자는 약 6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 계획은 지난 7월 3일 영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공개된 구상이 구체화된 것으로 파악된다. 당시 노태문 삼성전자 DX부문장(사장)은 구미를 로봇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지정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고, 구미시는 지난 2월 특화단지 지정을 신청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와 삼성SDS는 "구미 투자는 현재 검토 단계인 사안으로 중장기 계획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정된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숫자와 부지는 구체적이되, 회사의 공식 확정 단계는 아직 아니라는 점을 함께 읽어야 한다.
맥락은 국가 산업정책과 맞물린다.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구미와 포항은 산업통상자원부의 AX실증산단으로 선정됐고, 4년간 총 481억원(구미 245억원)을 들여 첨단 제조AX 허브를 구축한다. 구미에서는 반도체 소재기업 원익큐앤씨, 전력반도체 기업 KEC, 그리고 자동차 전장부품 전문기업 세아메카닉스가 AX 대표 공장으로 지정돼 피지컬 AI 비전 기반 현장 지능화 라인을 구축한다. 반도체 소재·부품, 전력반도체, 자동차 전장이 한 단지 안에서 로봇 양산과 엮이는 그림이다.
모빌리티체인 관점에서 이 소식의 무게는 '거점'에 있다. 휴머노이드는 데모를 넘어 양산으로 갈수록 카메라 모듈, 센서, 전장 제어모듈, 전력·구동 부품 같은 국내 부품 수요를 함께 끌어올린다. 자동차 전장에서 다져진 카메라·센서·모듈 공급망이 로봇 몸체 부품으로 확장되는 흐름 속에서, 모베이스전자(012860.KQ) 같은 차량용 카메라모듈·전장모듈 업체에는 국내 양산 생태계 확대가 우호적 산업 배경이 될 수 있다. 다만 이번 발표의 주체는 삼성전자·삼성SDS이며, 표면에 등장한 국내 협력사는 원익큐앤씨·KEC·세아메카닉스로, 출처 어디에도 모베이스가 이 프로젝트와 직접 연결돼 있지는 않다. 연결은 어디까지나 부품 수요 확산이라는 방향성에 기댄 추론이다.
정리하면, 한국은 휴머노이드를 '몇 대 만드느냐'의 경쟁이 아니라 '어디서 양산하느냐'의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다. 스마트폰 마더팩토리가 로봇 마더팩토리로 전환되는 구미의 실험은, 완제품 조립을 넘어 그 아래 깔린 부품·모듈 공급망 전체의 국내 수요를 자극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확정 여부와 실행 속도는 지켜봐야 하지만, 부품사 입장에서 국내에 '로봇을 대량으로 만드는 공장'이 생긴다는 사실 자체가 중장기 기회의 밑그림이 될 수 있다.
본 글은 공개 자료에 기반한 정보 제공 목적의 기록이며, 투자 권유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