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추에이터에서 그리퍼·퍼셉션까지: 현대모비스가 로봇 'BOM 전반'으로 발을 넓힌다
현대모비스의 로봇 이야기는 지난달까지 비교적 단순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BD)의 휴머노이드 '아틀라스'에 자사 액추에이터가 탑재되고, 그 물량을 미국 현지에서 2028년부터 연 35만개 규모로 양산한다는, 사실상 '한 품목' 서사였다. 그런데 14일 두 매체가 전한 2분기 실적 프리뷰 기사에는 그 이야기가 한 칸 더 넓어진 정황이 담겼다.
핵심은 부품 품목의 확장이다. 한스경제와 뉴스퀘스트는 현대모비스가 액추에이터에 더해 로봇의 손 역할을 하는 그리퍼, 배터리 시스템, 제어기, 퍼셉션 모듈까지 공급 품목을 넓힐 가능성이 거론된다고 전했다. 하나증권 송선재 연구원은 회사가 "구동·제어 기술과 양산·제조 노하우를 바탕으로 그리퍼·배터리시스템·제어기·퍼셉션 모듈 등도 검토하고 있으며, BD 이외 로봇에 대응할 액추에이터 개발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인용됐다. 아직 확정된 수주나 제품군이 아니라 검토·계획 단계라는 점은 두 기사 모두 분명히 하고 있다.
- 35만개2028년 가동 목표 미국 액추에이터 라인의 연 생산능력(로봇 약 1.1만대분)
- 5,000억~1.5조원증권가가 추정한 액추에이터 사업만의 연매출 잠재 범위(하나증권, 14일)
- 4개 품목액추에이터 외에 검토가 거론되는 확장 축: 그리퍼·배터리시스템·제어기·퍼셉션 모듈
이 '한 품목에서 여러 품목으로'라는 변화가 공급망 관점에서 중요한 이유가 있다. 로봇 한 대의 부품표(BOM)에서 액추에이터(관절)는 원가 비중이 가장 크지만 하나의 축일 뿐이다. 여기에 손(그리퍼), 눈(퍼셉션·카메라), 두뇌·신경(제어기), 심장(배터리시스템)이 각각 붙는다. 완성차 부품사가 이 여러 칸을 동시에 노린다는 것은, 로봇 공급망에서 확보하려는 지분 자체가 넓어진다는 뜻이다. 자동차에서 모듈·제어기·전동화 부품을 통합 공급해 온 경험이 로봇 BOM에 그대로 이식되는 그림이다.
그 재원은 본업에서 나온다. 두 기사에 따르면 현대모비스의 2분기 실적은 AS(애프터서비스) 부문이 방어했다. AS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9% 늘어난 3조6,000억원대, 사업부 영업이익률은 26%대가 유지될 것으로 추정된다. 북미·유럽 선진 시장에서 비순정 애프터마켓이 줄고 순정 부품 수요가 구조적으로 커진 데다, 우호적 환율 효과가 겹쳤다는 분석이다. 모듈·핵심부품 쪽은 완성차 물량 감소와 유럽 전동화 초기 비용으로 수익성 회복이 지연되지만, 적자 폭은 1분기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안정적 현금흐름을 내는 AS가 미래 부품 투자를 떠받치는 구조가 뚜렷하다.
물론 단기 변수는 남아 있다. 현대모비스 울산지회는 15일 금속노조 총파업에 맞춰 주·야간조 각 4시간씩 부분파업에 나서고, 모듈·부품 계열 14개 지회도 동참할 예정이다. 다만 두 기사 모두 쟁의가 단기에 그치면 실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각을 전한다. 완성차 생산 정상화와 아이오닉3·아반떼·투싼 등 신차, 폭스바겐향 신규 매출이 하반기 전동화 회복을 뒷받침할 것이라는 기대도 함께 실렸다.
이 흐름은 모베이스전자(012860) 같은 전장모듈 협력사에도 우호적 배경이 될 수 있다. 현대차 로봇 공급망이 액추에이터 한 품목에서 퍼셉션(카메라)·제어기·배터리시스템으로 넓어질수록, 이는 모베이스전자가 자동차에서 이미 다루는 카메라모듈·제어기·BMS 영역과 상당 부분 겹치는 부품군이다. 로봇 부품 국산화 수요가 커지면 전장모듈·카메라모듈 업체가 대응할 수 있는 판이 넓어진다는 합리적 추론이 가능하다. 다만 이번 두 기사는 그 확장 품목을 현대모비스의 내부 검토로만 다뤘을 뿐, 모베이스전자를 그 공급망에 직접 연결하지는 않았다. 실제 편입 여부는 확인되지 않은 가능성의 영역이다.
정리하면, 현대모비스의 로봇 서사는 '액추에이터를 탑재한다'에서 '로봇 한 대의 부품표를 채운다'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는 국면에 있다. 아직 검토·계획 단계라는 신중론은 유지하되, 자동차 부품사가 로봇 BOM의 여러 칸을 동시에 겨냥한다는 방향성은 현대차 로봇 공급망 전체의 국산 부품 저변을 넓히는 신호로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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