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관절을 만들기 전에 '재는' 도구부터: 토크·하중 계측기 국산화라는 숨은 관문
로봇의 '관절'을 누가 만드느냐는 질문은 지난 몇 년간 반복돼 왔다. 감속기, 액추에이터, 정밀 모터를 국산화하는 경쟁은 이미 산업의 중심 서사가 됐다. 그런데 그 부품들을 대량으로 찍어내려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잘 보이지 않는 관문이 하나 더 있다. 만든 부품이 규격대로 힘을 내고 있는지 정확히 '재는' 계측·검증 장비다. 이 계층이 국산화되지 않으면 양산 라인의 품질 데이터 자체를 수입 장비에 의존하게 된다.
2026년 7월 8일 국내 계량·계측 솔루션 기업 카스(CAS)는 중량 계측 분야에서 축적한 기술을 토대로 전기차·로봇·반도체용 산업 센서 시장을 본격 공략한다고 밝혔다. 새 라인업은 초정밀 마스터 로드셀, 비접촉 회전식 토크센서, 초고순도(UHP) 압력센서로 구성됐다. 계량기 회사가 '측정의 기준을 만드는 회사'로 무게 중심을 옮기는 흐름으로 읽을 수 있다.
핵심은 비접촉 토크센서다. 회사 설명에 따르면 이 센서는 모터와 감속기 등의 회전력을 측정하는 장비로, 마찰과 마모가 없는 구조를 적용해 최대 10,000RPM의 고속 회전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측정 데이터를 제공한다. 로봇의 관절(감속기·액추에이터)이 설계대로 토크를 내는지 검증하는 데 바로 쓰이는 도구인 셈이다. 토크·RPM·출력을 동시에 보는 3-in-1 인디케이터와 전용 분석 소프트웨어도 함께 제공된다고 회사는 밝혔다.
- ISO 376 0.5등급카스 마스터 로드셀이 구현했다고 밝힌 정밀도(교정·정밀 연구용 고정밀 사양)
- 10,000 RPM비접촉 토크센서가 대응한다고 밝힌 최대 고속 회전 측정 범위
- 30%골드만삭스가 전망한 2035년 한국의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생산 비중(하나금융연 보고서 인용)
마스터 로드셀은 계량 장비와 시험기의 정확도를 검증·교정하는 '기준 장비'다. 카스는 ISO 376 0.5등급 수준의 정밀도를 확보했다고 밝혔으며, 100톤급 고분해능 제품(ZSSMD-100T)은 인장과 압축을 모두 측정한다고 소개했다. 반도체 설비용 UHP 압력센서는 식각·증착 공정의 정밀 압력 제어를 겨냥해, 그동안 수입 의존도가 높았던 하이엔드 압력센서의 국산화에 기여할 것으로 회사는 기대했다. 다만 이는 회사 발표에 근거한 것으로, 실제 채택 실적은 추후 확인이 필요하다.
이 계측 이야기는 같은 주 나온 거시 진단과 맞물린다. 스카이데일리가 2026년 7월 12일 전한 하나금융연구소 '7월 월간 산업 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의 '3대 메가 프로젝트'와 기업들의 60조 원 규모 투자로 국내 로봇 산업의 판이 커지고 있으나, 감속기(하모닉 드라이브)·액추에이터·정밀 모터 등 핵심 부품은 여전히 일본 독점 체제가 공고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보고서는 대량 생산 구조 완성(Mass Production)과 핵심 부품 국산화(Master)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는데, 양산 품질을 담보하는 계측·검증 역량은 바로 그 '양산'의 전제 조건이다.
같은 보고서는 로봇 구동에 필요한 모터·감속기·센서 등 핵심 부품이 자동차 부품 기술과 60~70%가량 겹친다고 봤다. 이 교집합 덕분에 에스엘, HL만도 등 현대차 1차 협력사를 포함한 국내 자동차 부품사 30여 곳이 로봇 부품으로 체질을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새만금을 핵심 생산·부품 클러스터로 지목했다. 계측 장비 국산화는 이 전환군 전체가 공유하는 공용 인프라라는 점에서 파급 범위가 넓다.
이 대목에서 모베이스전자(012860.KQ) 같은 현대차 전장 협력사의 위치도 되짚어 볼 만하다. 앞의 두 출처는 카스·에스엘·HL만도를 거론했을 뿐 모베이스를 이 흐름에 직접 연결하지 않았다. 다만 자동차 부품과 로봇 부품의 기술 중첩이 60~70%에 이른다는 진단은, 카메라모듈·전장모듈·모터 구동계 역량을 가진 부품사가 로봇·전기차 양산 밸류체인으로 확장할 때 우호적 배경이 될 수 있다는 추론으로 이어진다. 정밀 계측 인프라가 국산화될수록 이런 전환의 문턱이 낮아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실제 사업 편입 여부는 확인된 바 없다.
mobilitychain의 관점에서 이번 소식의 의미는, 로봇·전기차 부품 국산화가 '만드는 능력'만이 아니라 '정확히 재고 검증하는 능력'까지 국내에 뿌리내려야 완성된다는 점이다. 감속기와 액추에이터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사이, 그 부품의 신뢰성을 떠받치는 계측·교정 장비가 조용히 공급망의 다음 승부처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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