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 대에 칩 2000개: 광주·호남이 노리는 '미래차 반도체 소부장 특화단지'
자동차가 소프트웨어 중심(SDV)으로 바뀔수록, 차 한 대에 들어가는 반도체 수는 급격히 늘어난다. 이 흐름을 지역 산업정책으로 받아내려는 시도가 국회에서 구체화됐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7월 6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미래차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전략포럼'을 열고, 차량용 반도체 국산화와 호남권 반도체 특화단지 조성 전략을 논의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와 정진욱 국회의원이 공동 주최하고 광주테크노파크가 주관한 이날 행사에는 LG이노텍, LG전자, 텔레칩스, 그래핀스퀘어, 카네비모빌리티 등 기업 관계자와 산·학·연 전문가 30여명이 참석했다고 전남일보·딜사이트경제TV가 보도했다.
포럼의 배경에는 큰 숫자가 깔려 있다. 정진욱 의원은 기조연설에서 지난달 30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 국민보고회에서 발표된 삼성·SK의 호남권 반도체 800조원 투자 계획을 언급하며, "대규모 투자의 성패는 소부장 생태계 구축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앞서 산업통상자원부 제3기 소부장 특화단지 공모에 반도체 분야로 신청서를 제출했고, 이달 예정된 특화단지 지정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보도는 전했다.
- 800조원삼성·SK 호남권 반도체 투자 계획(2026-06-30 국민보고회 발표, 포럼 인용)
- 2551억원광주 반도체 소부장 특화단지 육성계획 투입 규모(개발·실증·양산 전주기)
- 300→1000→2000개내연기관차·전기차·자율주행차의 차량당 반도체 탑재 수(협회 발표 기준)
이날 가장 인상적인 수치는 차량당 반도체 탑재량이었다. 전배근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실장은 "내연기관차에는 약 300개의 반도체가 쓰이지만 전기차는 1000개, 자율주행차는 2000개 이상이 탑재된다"며 시장의 폭발적 성장을 전망했다. 정구민 국민대 교수는 'SDV 진화와 차량용 반도체'를 주제로, 소프트웨어 중심 전환으로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는 만큼 이를 뒷받침할 검증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자동차 한 대가 곧 '바퀴 달린 데이터센터'로 진화하는 국면에서, 칩을 설계·양산하는 역량만큼이나 그 칩이 차량 환경에서 안전하게 동작하는지 검증·실증하는 인프라가 병목이라는 지적이다.
구체적인 실행 계획도 나왔다. 김운섭 광주테크노파크 수석은 약 2551억원을 투입해 하남산단과 첨단1·2·3지구, 에너지밸리산단을 중심으로 반도체 소부장 개발부터 실증, 양산까지 이어지는 전주기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육성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LG이노텍, 텔레칩스, LG전자 등과 협력해 고성능 차량용 반도체 AP모듈 국산화를 추진한다는 방향이 제시됐다. 차량용 AP는 인포테인먼트와 디스플레이, 나아가 존(zone) 아키텍처의 연산을 떠받치는 핵심 부품으로, SDV 시대의 부가가치가 몰리는 지점이다.
패널토론에서는 '수요기업과 공급기업의 동반 성장'이 반복해서 강조됐다. 김문성 텔레칩스 상무는 반도체 개발기업과 수요기업이 함께 크는 생태계의 중요성을, 홍병희 그래핀스퀘어 대표는 반도체 열관리·신뢰성 확보를 위한 실증·검증 체계를, 문재철 카네비모빌리티 본부장은 칩 집적화(SoC)부터 완제품까지 동시에 개발·검증하는 병렬형 공급체계를 각각 제안했다. 공성배 LG전자 상무는 반도체 장비 국산화와 실증 생태계 조성을, 김경석 LG이노텍 연구위원은 미래차 경쟁력을 위한 차량용 AP모듈·소부장 생태계의 중요성을 짚었다.
다만 보도가 전한 신중론도 분명하다. 전배근 실장은 "고부가가치 핵심 기술은 여전히 해외 의존도가 높고, 대기업 중심의 인력 쏠림으로 중소 소부장 기업의 인력난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800조원 투자와 2551억원 육성계획이라는 큰 숫자가 곧바로 국산 부품사의 매출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특화단지 지정 여부, 검증 인프라의 실제 가동 시점, 그리고 완성차·팹리스의 채택이라는 여러 관문이 남아 있으며, 이 계획들은 아직 초기 단계의 구상과 신청에 해당한다.
mobilitychain 관점에서 이 포럼의 의미는 개별 계약이 아니라 '국산화 판(場)'이 정책·투자·수요 3박자로 구조화되고 있다는 데 있다. 차량당 반도체가 300개에서 2000개로 늘어나는 방향성은 되돌리기 어렵고, 그 수요를 비중국·국내 공급망으로 받아내려는 흐름은 차량용 AP·전장모듈·검증장비 등 여러 층위의 국산 부품사에 우호적 배경이 될 수 있다. 다만 이번 사안이 직접 거명한 곳은 LG이노텍·텔레칩스·LG전자·카네비모빌리티 등이며, 특정 종목을 이 계획에 연결한 보도는 확인되지 않는다. 큰 그림의 방향성과 개별 기업의 수혜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본 글은 공개 자료에 기반한 정보 제공 목적의 기록이며, 투자 권유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