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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차에서 검증한 칩을 로봇에 이식한다: TI의 '모빌리티→로보틱스' 반도체 전략과 한국의 자리

미국 아날로그·전력 반도체 기업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가 자동차에서 이미 검증한 반도체 자산을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옮겨 심는 전략을 공식화했다. 박중서 TI코리아 대표는 2026년 7월 9일 서울 양재 엘타워에서 열린 'TI 모빌리티 & 로보틱스 세미나 2026'에서 "자동차와 로보틱스는 기술적 유관성이 높기 때문에, 오토모티브 시장에서 이미 검증된 솔루션을 토대로 다양한 로보틱스 고객사와 협업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봇 제조사들 역시 '검증된 솔루션'에 대한 수요가 크다는 것이 회사 설명이다.

배경에는 자동차와 로봇 사이의 반도체 부가가치 격차가 있다. 박 대표가 세미나에서 제시한 전망에 따르면, 자동차 반도체 시장이 2030년까지 연평균 7.5% 성장하는 동안 로봇 반도체 시장은 최소 56%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거론됐다. 1대당 반도체 조달액도 전기차·자율주행차가 1000달러에서 1500달러 수준인 반면 휴머노이드 로봇은 최소 2000달러에서 5000달러 이상을 요구한다는 것이 TI 측 분석이다. 다만 이는 TI가 세미나에서 제시한 자체·인용 전망치로, 절대값이 아니라 방향성으로 읽는 편이 안전하다.

  • 7.5% vs 56%2030년까지 자동차 반도체 대 로봇 반도체 연평균 성장률(박 대표 인용 전망)
  • 1000~1500달러 → 2000~5000달러+1대당 반도체 조달액, 전기차·자율차 대비 휴머노이드(TI 인용)
  • 60억→510억 달러휴머노이드·모바일 로봇 시장 규모 전망, 2030년 대 2035년(연평균 50~60%, TI 인용)

'이식'의 실체는 구체적이다. TI는 기능안전 규격이 검증된 차량용 임베디드 프로세싱과 아날로그 아키텍처를 로봇 플랫폼에 그대로 옮긴다. 자율주행차가 사물과 사람을 식별하는 퍼셉션 아키텍처는 로봇의 환경 인지 시스템으로, 차량용 트랙션 인버터에서 검증된 정밀 모터 제어 기술은 로봇 관절의 모션 제어 모듈로 이어진다. 특히 배터리 무게 제약이 큰 로봇에 차량용 48V 전력 시스템 설계 기법을 도입해, 전통적 12V 대비 고전압 처리로 전력 효율을 끌어올리고 와이어링 하네스의 무게와 부피를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로봇 전용 신제품도 함께 나온다. 실시간 제어 성능을 높인 MCU와 질화갈륨(GaN) 기반 모터 제어 반도체가 대표적으로, GaN은 기존 실리콘 대비 칩 크기를 줄이면서 전력 효율을 높일 수 있다. ZDNet Korea 보도에 따르면 TI는 현재 국내외 복수의 고객사와 로보틱스용 반도체 공급을 협의 중이며, 이르면 올 연말부터 본격 상용화 궤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자사 MCU·PMIC·이더넷 PHY가 탑재된 로봇 팔을 전시하기도 했다. 다만 어느 고객사인지는 공개되지 않았으므로, 구체적 수주로 단정하기보다 협의 단계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TI가 내세우는 또 다른 무기는 시스템 단위 공급과 안정적 공급망이다. 연산·전력·통신 반도체를 로봇 제조사가 하나하나 조합하려면 개발 시간이 길어지는데, TI는 약 8만5000개 제품을 조합해 검증한 레퍼런스 디자인(TIDA)을 제공해 이 과정을 단축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1958년부터 유지한 IDM(종합반도체) 체제로 제품의 90~95%를 자체 개발·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 공급 안정성 자체를 경쟁력으로 앞세웠다. 로봇처럼 부품 종류가 폭증하는 시스템에서는 '누가 얼마나 끊김 없이 대는가'가 기술만큼 중요해진다.

한국의 자리도 분명하게 짚었다. 박 대표는 골드만삭스 보고서를 인용해 한국이 글로벌 로봇 시장의 최소 3분의 1 이상을 주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톱5 선도 업체가 포진해 있고, 전기·전자 산업 전반의 기술력과 배터리 경쟁력, 그리고 대규모 산업단지에서 나오는 양질의 현장 데이터가 근거다. 물론 한계도 명확하다. 카메라만이 아니라 밀리미터파(mmWave) 레이더·라이다·촉각 토크 센서가 복합적으로 요구되는 퍼셉션 영역에서 노이즈를 걸러 필요한 데이터만 뽑아내는 기술, 그리고 인간처럼 매끄러운 관절 제어와 안전 규격이 여전히 넘어야 할 산으로 지적됐다.

mobilitychain 관점에서 이번 발표가 갖는 의미는 특정 계약이 아니라 '검증자산 재사용'이라는 공급망 논리의 공식화에 있다. 글로벌 아날로그 리더가 차량용으로 검증한 전력·모터 제어·기능안전 자산을 로봇으로 옮긴다는 것은, 국내 전장·부품사가 걸어온 '전장에서 로봇으로'의 경로와 정확히 같은 문법이다. 검증된 부품을 재사용할수록 로봇 반도체·모듈의 원가와 안전 인증 문턱은 낮아질 수 있고, 이는 자동차용 모터 제어·카메라·전력 모듈에서 실적을 쌓아온 한국 부품사에게 우호적 배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이번 세미나가 직접 호명한 협력사는 TI와 엔비디아, 그리고 한국 톱5 업체군이라는 포괄적 표현에 그쳤을 뿐, 특정 국내 전장 기업을 이 흐름에 연결하지는 않았다는 점은 분명히 해둔다.

본 글은 공개 자료에 기반한 정보 제공 목적의 기록이며, 투자 권유가 아니다.

본 글은 공개 자료에 기반한 정보 제공 목적의 기록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