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전망

AI 데이터센터에 가렸던 '조용한 성장축': 전장용 MLCC가 2027년 1.9조를 향하는 이유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이야기가 부품 시장의 화제를 삼키는 사이, 자동차라는 또 다른 축이 조용히 몸집을 키우고 있다. 7월 9일 연합인포맥스 보도에 따르면, AI 밸류체인의 핵심 부품으로 주목받는 삼성전기의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가 전기차 시대의 전장(電裝) 분야에서도 가파른 성장세가 예상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스포트라이트는 AI 서버가 받고 있지만, 매출의 실제 무게중심은 아직 자동차 쪽에 더 실려 있다는 것이 이 기사의 핵심이다.

iM증권 추정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기의 전장 분야 MLCC 매출은 2023년 7천230억원, 2024년 9천720억원, 2025년 1조2천80억원가량으로 계단을 밟아 올라왔다. 그리고 2026년 1조5천40억원, 2027년 1조9천억원 수준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AI 데이터센터(DC)를 포함한 산업용 MLCC 매출은 2024년 9천480억원, 2025년 규모를 지나 2026년 1조4천290억원, 2027년 3조380억원으로 뛴다는 전망이다. 즉 올해까지는 전장용이 산업용보다 크지만, 2027년쯤에는 AI DC가 주도권을 넘겨받는 구도가 그려진다. 어느 쪽도 사그라들지 않고 두 축이 함께 커지는 그림이다. 다만 이 수치들은 증권사 추정치이며 실제 실적과 다를 수 있다.

  • 전장용 1.9조iM증권 추정 삼성전기 2027년 전장 MLCC 매출(2023년 7,230억→2027년 1.9조)
  • 2~3만 개전기차 한 대에 필요한 MLCC 수량(범용 대비 가격 3배 이상)
  • 125℃ 이상전장용 MLCC가 견뎌야 하는 고온 요구, 저온은 영하 55℃

왜 자동차용 MLCC가 이토록 비싸고 귀한가. 보도가 짚은 이유는 명확하다. 전장용 MLCC는 차량에 탑재되는 만큼 125℃ 이상의 고온과 영하 55℃의 저온에서 모두 작동해야 하고, 충격과 습도에도 강해야 한다. 자율주행의 두뇌인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은 고도의 전자제어가 필요해 고성능 MLCC가 더 많이 들어간다. 그 결과 전장용은 범용 대비 가격이 3배 이상 비싸고, 전기차 한 대당 2만에서 3만 개가 필요하다. 좁은 면적에 초고용량을 담아야 하고 발열을 견뎌야 한다는 점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서버용 하이엔드 MLCC와 요구 특성이 서로 닮아 있다.

이 '닮음'이 삼성전기에게는 전략적 이점으로 작용한다. AI DC용으로 갈고닦은 고전압·고용량·고신뢰성 기술이 그대로 전장용으로 확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기는 최근 글로벌 고객사와 4천540억원 규모의 장기공급계약(LTA)을 체결하며 공급자 우위를 드러냈고, 분기보고서상 MLCC 주요 고객에는 삼성전자·TSMC·인텔 같은 반도체 업체뿐 아니라 테슬라 같은 전기차 업체와 콘티넨털 같은 유럽 자동차 부품사가 포함돼 있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AI 서버용 고전압·고용량 MLCC와 전기차용 고신뢰성·고온 MLCC, 휴머노이드용 카메라 모듈 등 차별화된 제품으로 사업 기회를 창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흐름은 삼성전기 한 회사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같은 날 뉴시스는 AI 서버 투자 확대가 메모리를 넘어 부품업계 전반으로 온기를 퍼뜨리고 있다고 전했다. 서버 한 대에 실리는 고부가 메모리·반도체 기판·수동부품 수요가 함께 늘면서, 삼성전기와 LG이노텍 같은 전자부품사도 실적 개선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AI 수요는 특정 부품 하나가 아니라 서버 전체의 사양을 끌어올리는 흐름"이라며 "메모리뿐 아니라 기판, MLCC 등 고부가 부품까지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AI와 전장이라는 두 개의 성장 엔진이 같은 하이엔드 부품 생산라인을 공유한다는 점이 이 국면의 특징이다.

주의할 점도 있다. 위 매출 궤적은 iM증권의 추정이며 각 연도의 실제 확정 실적이 아니다. AI DC 투자 사이클의 속도, 전기차 수요 회복의 완급, 그리고 범용 MLCC 가격 회복의 강도에 따라 숫자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전장용은 완성차 판매량과 자율주행 침투율에 후행하는 만큼, 전기차 시장의 캐즘 논쟁이 이 성장 곡선의 기울기를 좌우하는 변수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부품 공급망의 관점에서 이 보도가 던지는 메시지는 뚜렷하다. 자동차의 전자화는 눈에 띄는 신제품이 아니라, 차 한 대에 수만 개씩 박히는 수동부품의 숫자와 등급에서 먼저 드러난다. 고온·고신뢰성을 요구하는 전장용 하이엔드 MLCC는 진입장벽이 높아 소수의 공급자에게 물량이 몰리는 구조이며, ADAS와 자율주행이 고도화될수록 차 한 대가 빨아들이는 고급 MLCC의 양은 계속 늘어난다. AI 데이터센터의 화려한 조명 뒤에서 조용히 굵어지고 있는 이 두 번째 축이야말로, 자동차 전장 공급망이 구조적으로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 할 수 있다. 다만 이 기사는 삼성전기와 글로벌 고객사를 중심으로 다루며, 국내 다른 전장부품 업체를 이 성장에 직접 연결하지는 않았다.

본 글은 공개 자료에 기반한 정보 제공 목적의 기록이며, 투자 권유가 아니다.

본 글은 공개 자료에 기반한 정보 제공 목적의 기록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