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의 온도를 지배하는 자: 한온시스템, '4세대 히트펌프'와 데이터센터로 그리는 열관리 지도
전동화 서사의 주인공은 늘 배터리·모터·전력반도체다. 그러나 이 세 부품이 카탈로그의 숫자대로 힘을 내려면 하나의 조건이 먼저 충족돼야 한다. 온도다. 배터리는 적정 온도를 벗어나면 주행거리와 수명이 함께 무너지고, 전력반도체는 열을 빼주지 못하면 출력을 제한한다. 이 '온도의 규율'을 부품 단위로 설계하는 일이 열관리(熱管理)이고, 그 국내 대표 기업이 한온시스템이다.
데일리한국 보도(2026년 6월 10일)에 따르면, 한온시스템은 최근 '2026 글로벌 경영전략혁신회의'를 열고 2030년까지 매출 14조7000억원, 영업이익률 9%, 글로벌 시장 점유율 15%로 확대한다는 중장기 목표를 제시했다. 이 회사는 국내 열관리 시장 1위이자 글로벌 2위로, 전기차(EV)·하이브리드(HEV)·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수소전기차(FCEV)용 배터리 열관리 시스템을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 14조7000억원 한온시스템이 제시한 2030년 매출 목표(영업이익률 9%·글로벌 점유율 15% 동반)
- 국내 1위·글로벌 2위 차량용 열관리 솔루션 시장 내 위치(회사 발표 기준)
- 세계 최초 4세대 전동 컴프레서·수냉식 콘덴서 기반 히트펌프 개발 세대(회사 설명)
왜 열관리가 전동화의 숨은 승부처인가. 내연기관차는 엔진에서 나오는 폐열(廢熱)을 난방에 그냥 갖다 쓸 수 있었다. 하지만 전기차에는 그 공짜 열원이 없다. 겨울철 난방을 위해 배터리 전력을 그대로 태우면 주행거리가 급감한다. 여기서 등장하는 핵심 기술이 히트펌프다. 데일리한국에 따르면 한온시스템의 히트펌프는 전동 컴프레서가 냉매를 압축해 데운 뒤 '수냉식 콘덴서'를 지나며 물을 데우고, 그 물로 실내를 난방한다. 회사는 이 기술을 세계 최초로 4세대까지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열을 '만드는' 대신 '옮겨' 쓰는 방식이라, 같은 전력으로 더 먼 거리를 갈 수 있게 하는 전비(電比) 경쟁의 핵심 장치다.
주목할 두 번째 축은 시장 확장이다. 투데이신문 보도(2026년 6월 17일)에 따르면, 한온시스템은 차량 열관리에서 쌓은 기술적 접점을 AI 데이터센터 냉각 분야로 넓히려 한다. 차량 열관리와 데이터센터 냉각은 작동 원리가 유사하되, 업계에서는 이동하며 외부 환경이 수시로 바뀌고 내부 공간이 좁은 차량 쪽 난이도가 더 높다고 본다. 상시 전력이 공급되고 환경이 일정한 건물·인프라는 오히려 다루기 쉬운 영역이라는 뜻이다. 회사는 창립 50주년을 맞는 2036년까지 '글로벌 1위 열관리 솔루션 기업'을 목표로 내걸었다. 다만 데이터센터 냉각은 아직 다양한 구현 방식을 검토하는 신사업 단계라는 점은 그대로 두고 읽어야 한다.
세 번째로, 열관리는 파워트레인 중립적이라는 점에서 전동화 전환의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흡수한다. 투데이신문에 따르면 한온시스템은 내연기관(ICE)·하이브리드(HEV·PHEV)·수소전기차(FCEV)·순수전기차(BEV)·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까지 모든 파워트레인에 대응하는 포트폴리오를 확보했고, 고객사로 현대자동차그룹·폭스바겐·포드·제너럴 모터스·BMW를 두고 있다. 전기차 판매 곡선이 완만해지고 하이브리드가 다시 부상하는 국면에서도, "어떤 동력계든 열은 관리해야 한다"는 수요는 흔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전기차 열관리는 부품 수가 많고 부가가치가 높아, 전동화 비중이 커질수록 대당 열관리 매출이 늘어나는 구조다.
이 흐름을 모베이스전자(012860.KQ) 같은 전장모듈 업체와 곧바로 연결하기는 어렵다. 이번 한온시스템의 중장기 비전과 데이터센터 확장 소식은 모두 한온시스템과 그 완성차 고객사를 다룰 뿐, 모베이스를 언급하거나 특정 부품 채택과 연결하지 않았다. 다만 더 큰 그림에서 보면, 열관리(온도)·전력(BDC·무선충전)·센싱(카메라 모듈) 같은 전장 하부 계층이 각기 고유한 '중립적 인프라'로 자리 잡아 가는 국면이라는 공통점은 읽어 둘 만하다. 부품 경쟁의 무게중심이 눈에 보이는 완성 기능에서 그 성능을 떠받치는 온도·전력·데이터 품질로 이동할수록, 한국 부품 밸류체인의 저변은 넓어질 여지가 있다.
결국 전동화의 승부는 배터리 용량 경쟁을 넘어 "같은 전력으로 얼마나 멀리, 얼마나 안전하게"라는 효율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다. 그 효율의 상당 부분이 온도에서 결정된다면, 열관리는 부품 목록의 한 줄이 아니라 전동화 밸류체인의 척추가 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온시스템의 2030·2036 로드맵은 그 척추를 자동차 밖 인프라까지 늘리려는 시도로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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