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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라이다가 비·안개에 눈감지 않게: '센서 커버 코팅'이라는 숨은 승부처

자율주행 센서 이야기는 늘 소자(素子)에서 멈춘다. 라이다의 광원 파장, 레이더의 대역폭, 이미지센서의 화소. 그러나 그 정교한 소자가 세상을 향해 열어 놓은 마지막 창(窓), 즉 센서를 덮는 커버가 비·안개·성에에 흐려지면 성능표의 숫자는 의미를 잃는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이 이 커버 물리계층을 정면으로 겨눈 연구 성과를 내놨다.

전자신문 보도(2026년 7월 9일)에 따르면, GIST 정현호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교수팀은 펭귄 깃털 구조를 모사한 '플라즈모닉 나선 구조체'를 개발했다. 구리(Cu) 나노입자를 3차원 실리카(SiO2) 나선 구조에 결합해, 빛을 흡수해 열을 내면서 동시에 물방울이 달라붙는 것을 막는 구조다. 핵심은 별도 전력 없이 햇빛만으로 습기 제거와 발수(撥水)를 동시에 해낸다는 점이다.

  • 905nm 투과율 80%+ 라이다가 쓰는 근적외선 영역 신호를 흐리지 않고 유지
  • +9.3℃ · 6초 일반 일조 조건에서 표면 온도가 약 9.3도 올라 맺힌 습기를 6초 이내 제거
  • 전력 0 히터·워셔 없이 햇빛만으로 김서림 방지·발수를 동시 구현

왜 이 지점이 중요한가. 기존 광열 코팅은 햇빛을 열로 잘 바꾸지만, 라이다가 쓰는 근적외선까지 함께 흡수해 센서 신호 자체를 약화시키는 한계가 있었다. 김서림 방지 코팅과 발수 코팅도 각각 습기 제거·물방울 제거에 특화돼 두 기능을 동시에 잡기 어려웠다. GIST 연구팀은 극한 환경에서 체온 유지와 방수를 동시에 하는 펭귄 깃털의 멜라노좀 구조에서 실마리를 찾아, 두 요구를 하나의 나노구조로 통합했다. 정현호 교수는 실제 야외 라이다 실험과 내구성 평가에서도 안정적 신호 수신과 광학·발수 성능을 유지했다며 "실제 차량용 센서 커버에 적용 가능한 성능과 내구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아직 상용 부품이 아닌 대학 연구 성과 단계라는 점은 그대로 두고 읽어야 한다.)

이 흐름은 센서 경쟁의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큰 그림과 맞물린다. 데일리안 보도(2026년 6월 29일)에 따르면 인식 소프트웨어 기업 스트라드비젼은 글로벌 완성차 고객사와 E2E(엔드 투 엔드) 기반 차세대 자율주행 양산 개발 계약을 맺고 2027년 하반기 적용을 목표로 개발에 착수했다. 이미 전 세계 500만대 이상 양산 차량에 비전 AI 소프트웨어를 공급해 온 회사가 인식을 넘어 판단·의사결정 영역으로 확장한다는 것이다. AI가 인식과 판단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E2E 구조에서는, 입력되는 센서 데이터의 품질이 곧 판단의 품질이다. 악천후에서 커버가 흐려져 데이터가 오염되면 아무리 좋은 모델도 무너진다. 소자·소프트웨어가 고도화될수록, 그 앞단의 '창'을 맑게 유지하는 물리계층 기술의 가치가 오히려 커진다는 뜻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자율주행 밸류체인은 라이다·레이더·카메라 같은 센서 소자 뒤에, 커버 글라스·광학 코팅·워셔/히터 클리닝 모듈 같은 신뢰성 부품이라는 두 번째 층을 품고 있다. 소자 성능이 상향 평준화될수록 경쟁은 "어떤 환경에서도 그 성능을 잃지 않는가"로 이동한다. 국내 연구·소재 역량이 이 물리계층에서 원천기술을 확보한다는 점은, 센서 소자 국산화 서사와는 다른 축에서 한국 부품 밸류체인의 저변을 넓히는 일이다.

모베이스전자(012860.KQ) 같은 차량용 카메라·센서 모듈 업체에도 이 흐름은 우호적 배경으로 읽을 수 있다. 카메라 모듈 역시 렌즈·커버가 외기(外氣)에 노출돼 김서림·오염·발수 성능이 인식 품질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GIST 성과와 스트라드비젼 계약은 모두 모베이스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고, 특정 채택·수주와도 연결되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센싱 신뢰성이 부각될수록 센서 모듈 공급망 전반에 유리한 환경이 형성될 수 있다"는 합리적 추론으로만 읽어야 한다. 자율주행의 승부가 소자에서 신뢰성으로 넘어가는 국면에서, 커버 물리계층은 가장 조용하지만 가장 실질적인 승부처가 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본 글은 공개 자료에 기반한 정보 제공 목적의 기록이며, 투자 권유가 아니다.

본 글은 공개 자료에 기반한 정보 제공 목적의 기록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