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을 깔았으면 '시간'을 맞춰라: SDV의 실시간 신경, 차량용 데이터 미들웨어
자동차가 소프트웨어로 정의되는 시대(SDV)의 이야기는 흔히 '반도체'와 '운영체제'로 요약된다. 그러나 그 사이에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층이 하나 더 있다. 수십 개의 제어기와 센서가 주고받는 데이터를 제시간에, 오차 없이 배달하는 통신 계층이다. 최근 이 계층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양쪽에서 동시에 신제품이 나왔다. 차의 '신경망'을 다시 설계하는 작업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신호다.
먼저 하드웨어. 미국 인터커넥트 기업 몰렉스는 6월 30일(현지시간) 25Gbps 속도를 지원하는 자동차용 고속 이더넷 커넥터 시스템 'HSAutoLink G'를 공개했다고 디일렉이 7월 6일 보도했다. 차량용 이더넷은 100Mbps급에서 1Gbps, 10Gbps급으로 고속화돼 왔는데, 몰렉스는 이 신제품이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레이더·라이다·중앙 컴퓨트 모듈 등에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미국자동차연구협의회(USCAR) 이더넷 인터페이스와 호환돼 설계를 바꾸지 않고 커넥터만 교체해 속도를 높일 수 있고, 전자파간섭(EMI) 차폐와 차동 임피던스 제어를 적용했다는 것이 회사 설명이다. 현재는 초기 검증·설계 테스트용 샘플을 순차 제공하는 단계다.
하지만 배선을 굵고 빠르게 까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회사 측 설명대로 25Gbps로 실제 통신하려면 이를 지원하는 이더넷 칩·케이블·회로기판 설계가 함께 따라야 하고, 그 위에서 데이터가 정해진 시간 안에 반드시 도착한다는 보장이 필요하다. 인포테인먼트 영상이 몰려도 제동·조향 신호가 밀리면 안 되기 때문이다. 이 '시간 보장'을 담당하는 것이 소프트웨어 미들웨어 계층이다.
그 층에서 나온 소식이 두 번째다. 실시간 데이터 스트리밍 기업 RTI(Real-Time Innovations)는 6월 30일 서울 삼성동에서 차세대 차량용 실시간 통신 플랫폼 '커넥트 드라이브(Connext Drive)'를 공개했다고 데일리포스트가 전했다. 핵심은 글로벌 통신 표준인 DDS(Data Distribution Service) 소프트웨어와 차세대 차량 네트워크 표준인 TSN(시간 민감형 네트워킹) 하드웨어 기술을 두 개 계층으로 묶은 '결정론적(Deterministic) 통신'이다. TSN은 차량용 이더넷 환경에서 병목 없이 중요 데이터를 정해진 타임라인 안에 도달시키는 제어 기술로, 소프트웨어의 유연성과 하드웨어의 정밀한 시간 제어를 결합해 밀리초 단위 지연도 억제한다는 설명이다.
- 25Gbps 몰렉스 HSAutoLink G가 지원하는 차량용 이더넷 속도. USCAR 이더넷 인터페이스 호환(디일렉, 2026.07.06)
- 200만 대+ RTI 커넥트 드라이브가 탑재된 것으로 회사가 밝힌 차량 규모. 글로벌 완성차 25개 사 이상 도입(데일리포스트, 2026.06.30)
- ASIL D 커넥트 드라이브가 획득했다고 밝힌 자동차 기능안전 최고 등급(ISO 26262). ISO 21434·ASPICE도 언급
RTI는 이 플랫폼이 글로벌 완성차 25개 사 이상의 소프트웨어 아키텍처 개발에 도입됐고, 신생 전기차(EV) 스타트업 상당수가 표준으로 채택 중이라고 밝혔다. 중국 샤오펑(XPENG)이 2026년 출시 예정 차종의 차체 핵심 통신에 이를 낙점했다는 사례도 제시했다. 다만 이런 도입 규모·채택률 수치는 모두 회사가 발표한 값으로, 독립적으로 교차검증된 통계는 아니라는 점은 감안할 필요가 있다. 요지는 분명하다. 존(Zonal) 아키텍처와 고성능 컴퓨팅으로 넘어갈수록 '데이터를 제때 배달하는 능력'이 완성차의 독점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흐름은 부품 공급망에 두 방향의 함의를 남긴다. 하나는 커넥터·케이블·이더넷 물리계층(PHY) 같은 고속 배선 하드웨어의 사양이 계속 올라간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그 배선 위를 흐르는 데이터의 원천인 센서·카메라 모듈의 역할이 함께 커진다는 점이다. 데이터 백본이 25Gbps로 넓어지고 결정론적으로 다뤄질수록, 그 파이프를 채우는 고화소 카메라·레이더·라이다의 채택 여지도 넓어지기 때문이다.
mobilitychain의 시그니처 스레드인 모베이스전자(012860.KQ) 관점에서 보면, 이번 소식들은 모베이스를 직접 거명하지 않는다. RTI·몰렉스·샤오펑 등 다른 기업의 이야기이며, 모베이스가 이 통신 미들웨어나 커넥터를 공급한다는 사실은 어디에도 없다. 다만 차량용 카메라 모듈을 주력으로 하는 전장모듈 업체에게, 고속·결정론적 데이터 백본의 확산은 우호적 배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추론은 가능하다. 센서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실어 나르는 신경망이 표준화될수록, 그 신경망의 말단에 붙는 카메라·센서 모듈의 탑재 대수와 사양이 함께 상향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확정된 수주가 아니라 산업 구조에 기반한 가능성으로 이해하는 편이 정확하다.
정리하면, SDV 경쟁의 무게중심은 '선을 얼마나 굵게 까느냐'에서 '데이터가 얼마나 정확한 시간에 도착하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커넥터·이더넷 하드웨어와 DDS·TSN 미들웨어가 맞물려야 비로소 차의 실시간 신경이 완성되며, 그 신경을 채우는 센서·카메라 모듈 공급망은 이 확장의 조용한 수혜 후보로 남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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