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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일본이 쥔 '70%의 관절'을 푼다: 로봇 정밀 감속기로 몰리는 돈과 국산화 컨소시엄

로봇에서 가장 비싸고, 가장 오래 걸리며, 가장 국산화가 안 된 부품을 하나만 꼽으라면 많은 엔지니어가 정밀 감속기를 든다. 모터가 만들어낸 빠른 회전을 느리고 힘센 움직임으로 바꿔주는 이 부품은, 사람의 관절이 그렇듯 로봇의 정교함과 부드러움을 결정한다. 휴머노이드는 관절이 많아 한 대에 20~30개 안팎의 감속기가 들어간다. 그런데 이 시장은 오랫동안 한 나라, 사실상 한 회사가 쥐고 있었다.

한국경제가 2026년 7월 6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로봇용 감속기 시장의 최강자는 일본 하모닉드라이브시스템즈(HDS)다. 이 회사 한 곳이 전 세계 감속기 시장의 70% 이상을 독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리서치 기관 비즈니스 리서치 인사이트 집계를 인용한 이 보도는, 전체 감속기 시장을 2024년 기준 약 120억달러(약 16조원), 로봇용 정밀 감속기로 좁히면 작년 말 기준 22억2000만달러(약 3조4000억원) 안팎으로 추산했다. 시장 규모 수치는 기관마다 다를 수 있어 절대값보다 '일본 독과점 + 로봇 확산으로 커지는 판'이라는 방향으로 읽는 편이 안전하다.

  • 70%+일본 HDS의 세계 감속기 시장 점유율 (비즈니스 리서치 인사이트·한국경제 2026-07-06)
  • 20~30개휴머노이드 한 대에 탑재되는 정밀 감속기 수
  • 약 3.4조원로봇용 정밀 감속기 시장 규모 (2025년 말 기준 추산)

주목할 변화는 이 병목을 겨눈 한국 부품사로 돈이 몰리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한국경제에 따르면 로봇용 정밀 감속기 전문기업 VDS는 최근 재무적·전략적 투자자를 대상으로 100억~150억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클럽딜 조달을 추진 중이다. 정창훈 대표가 2020년 세운 이 회사는 물류 로봇과 휴머노이드용 준직결 구동(QDD) 감속기를 개발하고 있다. 모터의 회전을 줄이는 대신 토크를 높여, 사람처럼 정교하고 부드러운 움직임을 만드는 방식이다. 감속기 같은 진입장벽 높은 부품 기업이 높은 몸값을 인정받는 것 자체가, 완성형 로봇보다 핵심 부품에 투자금이 몰리는 최근 흐름을 보여준다.

돈이 향한 곳은 VDS만이 아니다. 같은 보도에 따르면 로봇 손 전문기업 테솔로는 시리즈B 라운드를 마쳤는데, 포스코기술투자·KB인베스트먼트 같은 재무적 투자자에 더해 대성하이텍·HL만도 등 전략적 투자자가 적극 참여했다. 로봇용 액추에이터 기업이자 코넥스 상장사인 본시스템즈는 145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성장 자금을 확보했다. 대기업도 움직인다. LG전자는 연내 액추에이터 양산 체계를 구축하고 감속기 자체 개발을 추진하기 위해 관련 인력을 채용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관절 부품을 '사오는' 구조에서 '만드는' 구조로 옮기려는 움직임이 스타트업과 대기업 양쪽에서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자금 유입과 나란히 진행되는 것이 공급망 컨소시엄이다. 이데일리가 2026년 6월 26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해성에어로보틱스는 아이로보틱스·헥사로보틱스와 로봇 핵심 구동 부품 국산화를 위한 3자 전략적 MOU를 맺었다. 해성에어로보틱스의 '경량 고토크 HS 감속기'와 아이로보틱스의 '하모닉 감속기'를, 헥사로보틱스의 외골격 웨어러블 로봇(RESILION·CLEGYM)과 차세대 휴머노이드(HECTOR) 플랫폼에 적용해 안정적 공급 체계를 짜는 것이 골자다. 해성이 고출력·경량 관절용 감속기를, 아이로보틱스가 초소형 고정밀 하모닉 감속기를 맡아 구동부 국산 풀라인업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이 MOU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수요처와 실증 데이터다. 헥사로보틱스는 자사 로봇 관절 모듈에 이 감속기들을 우선 적용하고 실사용 환경의 구동 데이터를 되돌려주기로 했다. 감속기 국산화의 진짜 장벽은 '만들 수 있느냐'가 아니라 '수명·정밀도를 필드에서 검증받았느냐'인데, 이렇게 실증 데이터를 쌓고 양산 수요처를 확보하는 구조가 외산 대체의 실질적 열쇠다. 3사는 개발 실무 협의체를 만들어 정부 R&D 사업에 공동 참여하고, 헥사로보틱스의 생산시설 고도화 투자 유치에도 함께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다만 MOU는 구속력이 약한 초기 협약이므로, 실제 양산·매출로 이어질지는 시간을 두고 확인해야 한다.

mobilitychain의 관점에서 이 흐름은 '전장에서 로보틱스로' 넘어가는 공급망의 무게중심이 어디에 실리는지를 보여준다. 자동차 구동부·조향 시스템에서 쌓인 정밀 기어·토크 제어 노하우는 로봇 관절 감속기와 기술적으로 맞닿아 있고, 실제로 대성하이텍·HL만도 같은 자동차·기계 부품 계열이 로봇 관절 기업의 전략적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번 사례들은 모두 감속기·손·액추에이터 전문사와 그 투자자를 명시했을 뿐 특정 전장모듈 기업을 지목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일본이 쥔 관절 병목을 한국 공급망이 '자금 + 컨소시엄 + 실증 데이터'로 함께 밀어붙이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국산화 서사가 구호에서 양산 단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좌표로 읽을 수 있다.

본 글은 공개 자료에 기반한 정보 제공 목적의 기록이며, 투자 권유가 아니다.

본 글은 공개 자료에 기반한 정보 제공 목적의 기록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