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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특허 1만건과 R&D 5.2조: 현대모비스 지속가능성보고서가 보여준 '반도체 내재화'의 체력

완성차 부품사의 '국산화 선언'은 흔하다. 흔하지 않은 것은 그 선언을 밀어붙일 체력을 숫자로 증명하는 일이다. 현대모비스가 2026년 6월 29일 발간한 지속가능성보고서 2026은 바로 그 체력을 드러냈다. 차량용 반도체 내재화라는 지향점이 슬로건이 아니라, 수조원대 연구개발과 수십조원대 공급망 위에 서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간 연구개발에 총 5조2176억원을 투입했다. 연간 규모는 2023년 1조5925억원에서 지난해 1조8765억원으로 약 18% 늘었고, 같은 기간 R&D 인력도 7234명에서 7831명으로 증가했다. 누적 보유 특허는 지난해 말 기준 1만356건으로 1만건을 넘어섰다. 반도체 설계 역량을 '단계적으로' 내재화하겠다는 회사의 표현 뒤에는, 이 정도의 연구 자원이 매년 쌓이고 있다는 사실이 깔려 있다.

  • 5조2176억원2023~2025년 누적 R&D 투자 (현대모비스 지속가능성보고서 2026)
  • 1만356건2025년 말 기준 누적 보유 특허, 1만건 첫 돌파
  • 약 157조원최근 3년간 협력사에 지급한 구매대금 규모

내재화의 방향은 두 갈래다. 보고서는 시스템 반도체와 전력반도체의 설계 역량을 단계적으로 끌어올려 국내 기반이 아직 미비한 차량용 반도체 생태계 구축을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로 갈수록 차 한 대에 들어가는 반도체는 과거 수백개에서 수천개로 늘어난다. 굿모닝경제 보도에 따르면 현재 양산차에 많게는 3000여개의 반도체가 탑재되는 것으로 알려졌고, 이 흐름은 자율주행·전동화가 확대될수록 가팔라진다. 칩을 '사오는' 구조에서 '설계하는' 구조로 옮겨가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 하나의 축은 로보틱스다. 보고서는 자동차 부품 기술을 기반으로 로보틱스 핵심 부품 분야에서 액추에이터를 넘어 센서와 제어기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앞서 알려진 보스턴 다이내믹스 휴머노이드 '아틀라스'용 액추에이터 공급이 로봇 관절이라면, 센서·제어기 확장은 로봇의 감각과 판단으로 부품 포트폴리오를 넓히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조향·제동·구동 부품을 대량 양산하며 쌓은 초정밀 제어 노하우가 로봇 부품으로 이식되는 구조다.

여기서 주목할 지점은 이 '뇌(반도체)와 몸체(로보틱스)' 투트랙이 서로 분리된 사업이 아니라는 서술이다. 자체 설계한 차량용 반도체와 센서 제어 소프트웨어가 로봇의 눈과 신경망이 되고, 전동화 부품이 로봇의 관절과 근육이 되는 이른바 '피지컬 AI' 구조다. 자율주행 차량의 회피 알고리즘이 로봇 보행에 전이되고, 로봇의 정밀 위치 인식이 자율주차에 응용되는 선순환이 회사가 그리는 그림이다. 다만 이 시너지는 아직 방향 제시 단계이며, 상용화 성과로 확인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공급망 관점에서 더 눈여겨볼 숫자는 협력사에 지급한 구매대금 약 157조원이다. R&D가 내재화의 '설계도'라면, 이 구매대금 규모는 그 설계를 실제 부품으로 찍어내는 협력사 네트워크의 두께를 보여준다. 반도체·로보틱스 내재화는 완성차 부품사 한 곳의 힘만으로 되지 않는다. 팹리스·파운드리·모듈 협력사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157조원이라는 숫자는 그 생태계가 이미 거대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이 수치는 회사가 밝힌 3년 누적 집계로, 절대값 비교보다 규모의 방향성으로 읽는 편이 안전하다.

mobilitychain의 관점에서 이 보고서는 '국산화 서사'의 신뢰도를 한 단계 끌어올린다. 차량용 반도체 내재화와 로봇 부품 확장은 그동안 완성차 그룹이 반복해온 목표였지만, 그 목표를 뒷받침할 R&D 규모·특허·공급망 데이터가 한 문서에 정리돼 나온 것은 드물다. 전장에서 로보틱스로 넘어가는 공급망의 무게중심이 어디에 실리는지, 그리고 그 흐름의 수혜가 어느 부품 레이어로 흘러갈지를 가늠할 때, 이런 1차 데이터는 유용한 좌표가 될 수 있다.

본 글은 공개 자료에 기반한 정보 제공 목적의 기록이며, 투자 권유가 아니다.

본 글은 공개 자료에 기반한 정보 제공 목적의 기록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