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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완성차가 '자율주행을 직접 만들지 않겠다'고 할 때: 폭스바겐·보쉬 결별과 한국 센서·모듈의 기회

완성차가 자율주행의 두뇌를 직접 만들 것인가, 사올 것인가. 이 오래된 질문에 유럽 1위 완성차가 최근 분명한 답을 내놓았다. 폭스바겐 소프트웨어 자회사 카리아드가 부품사 보쉬와 맺었던 자율주행동맹(ADA·Automated Driving Alliance)의 조기 종료를 공식 확인했다고 글로벌이코노믹이 2026년 7월 6일 보도했다. 전기차 전문매체 일렉트리브가 종료 사실을 전했고, 독일 아우토모빌보헤는 당초 2029년까지였던 계약이 앞당겨 끝났다고, 한델스블라트는 폭스바겐이 레벨3 자율주행 도약이 더디다고 판단했다고 각각 보도했다.

두 회사는 2022년 승용차부터 상용차까지 아우르는 레벨2 소프트웨어 스택을 공동 개발하기로 손잡았다. 폭스바겐은 여기에 15억 유로(약 2조6000억원)를 투입했지만, 사내 검토 결과 그 기술이 시장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결론이 났다고 보도는 전한다(폭스바겐 공식 수치가 아니라 독일 매체 보도 기준). 개발 결과물은 양측이 각자 제품에 활용하되, 폭스바겐은 레벨2++ 이상의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맡을 새 협력사를 9월까지 확정한다는 목표다. 아우토모빌보헤는 모빌아이를, 한델스블라트는 영국 스타트업 웨이브를 유력 후보로 거론했다.

  • 15억 유로폭스바겐·보쉬 ADA에 투입된 개발비(독일 매체 보도 기준, 약 2조6000억원)
  • 1000 vs 250 TOPS엔비디아 신형 '토르' 대 기존 '오린'의 연산 성능 격차(이데일리·정구민 교수, 2026-05)
  • 2027년중국이 목표로 내건 차량용 반도체 내재화 100% 시점

이 결별을 단순한 파트너 교체로만 보면 절반만 읽은 것이다. 배경에는 자율주행의 두뇌가 규칙 기반에서 E2E(엔드투엔드), 다시 VLA(비전언어행동)로 빠르게 진화하는 구조 변화가 있다. 국민대 정구민 교수는 이데일리 스페셜리포트(2026년 5월 11일)에서, VLA가 카메라 영상을 자연어로 해석한 뒤 행동을 생성하는 방식이라 더 많은 연산량과 고가의 고성능 AI 프로세서를 요구한다고 짚었다. 엔비디아 신형 '토르'는 1000TOPS(초당 1조회 연산)로 기존 '오린'의 250TOPS를 크게 웃돈다. 벤츠는 엔비디아 '알파마요'를, 현대차그룹도 3월 엔비디아와 자율주행 파트너십을 맺으며 이 고성능 프로세서 경쟁의 한복판에 섰다.

두뇌가 비싸지고 어려워질수록, 완성차조차 모든 계층을 홀로 만들기 어렵다. 폭스바겐 사례는 대형 완성차마저 독자 개발보다 검증된 외부 기술을 사들이는 쪽이 비용·속도 면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근거다. 실제로 현대차그룹도 기아 EV9의 고속도로 자율주행 옵션을 양산 직전 보류하고 엔비디아 드라이브 하이페리온 기반의 레벨2~4 통합 아키텍처로 방향을 틀었다고 글로벌이코노믹은 전했다. 프로세서와 알고리즘 계층에서 상위 소수 업체로 무게가 쏠릴수록, 그 위·아래를 채우는 센서·모듈·통합 계층의 외주 물량은 오히려 커질 수 있다.

여기서 갈라지는 것이 국가별 공급망 전략이다. 정 교수 리포트에 따르면 중국은 2027년 차량용 반도체 내재화 100%를 목표로 투자를 이어가, 2024년 ADAS·자율주행 프로세서 시장에서 호라이즌 로보틱스가 34%, 화웨이가 7% 점유율을 기록했다(출처: 이데일리 인용 수치). 전기차 전환이 늦은 일본조차 르네사스가 같은 해 중국 ADAS 시장에서 14%를 확보하며, 정부가 자동차사·부품사·반도체사의 협력을 이끌고 있다. 완성차·부품사·반도체사가 수직으로 엮이는 이 흐름은, 한국이 이종산업 자생적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진단으로 이어진다.

한국 부품업계에는 이 재편이 양날의 기회다. 완성차가 외부 조달을 늘리는 국면에서, 만도에서 분사한 HL클레무브는 레이더·카메라 융합 센서로 보쉬·모빌아이와 직접 경쟁하고, 현대모비스는 카메라·레이더 자체 개발·양산 체계에 더해 퀄컴과 SDV·ADAS 통합 솔루션 협력을 맺었다. 카메라 모듈에서는 LG이노텍·삼성전기가 공급 물량 증가를 기대할 위치에 있다. 다만 글로벌이코노믹도 지적하듯, 완성차 1개사의 협력사 교체가 국내 상장사 실적에 반영되려면 최소 1~2년의 양산 준비 기간이 필요해, 수혜 체감에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모빌리티체인의 관점에서 이 흐름은 모베이스전자(012860.KQ) 같은 차량용 카메라·전장모듈 업체에도 우호적 배경으로 읽힐 수 있다. 이번 보도는 폭스바겐·보쉬·모빌아이·웨이브·현대모비스·LG이노텍을 거론했을 뿐 모베이스를 특정 사건에 연결하지는 않았다. 다만 완성차의 자체 개발 부담이 커지고 카메라·센서 융합의 외주화가 넓어지는 구조는, 차량용 카메라모듈과 센서 융합 부품을 만드는 국내 전장모듈 업체 전반에 우호적일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두뇌를 사오는 시대일수록, 그 두뇌에 세계를 보여주는 눈과 감각을 만드는 부품사의 자리는 오히려 넓어질 수 있다.

본 글은 공개 자료에 기반한 정보 제공 목적의 기록이며, 투자 권유가 아니다.

본 글은 공개 자료에 기반한 정보 제공 목적의 기록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