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의 땅에 기판을 심다: LG이노텍 베트남 하이퐁 1.5조 반도체 기판 공장과 비중국 부품거점의 확장
부품의 지도는 조용히 다시 그려진다. LG이노텍이 베트남 하이퐁시에 약 10억달러(약 1조5333억원) 규모의 반도체 패키지 기판 공장을 짓는다. 디일렉과 파이낸셜뉴스 등에 따르면 하이퐁시 당 상무위원회는 지난 7월 3일(현지시간) '하이퐁 반도체 패키징 기지 제조공장' 투자계획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지난달 하이퐁시와 맺은 양해각서(MOU)에서 규모와 일정이 한층 구체화된 것이다.
이번 공장은 무선주파수 시스템인패키지(RF-SiP)와 플립칩-칩스케일패키지(FC-CSP)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1차 투자다. 딘부·깟하이 경제구역 내 남딘부 산업단지에 약 9만8000평 부지로 조성되며, 연내 착공해 2027년 3분기 시운전, 2028년 3분기 양산을 목표로 한다. AI 서버용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전용 라인을 위한 2차 투자는 이번 승인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고, 글로벌 빅테크 2곳과 증설을 협의 중이라고 회사 측은 밝혔다.
- 약 1.5조원하이퐁 RF-SiP·FC-CSP 공장 1차 투자 규모(디일렉·2026-07-06)
- 2028년 3Q양산 목표 시점, 연내 착공·2027년 3Q 시운전
- 3조원 이상LG이노텍이 제시한 2030년 패키지솔루션(PS) 사업 매출 목표
주목할 대목은 공장의 성격이 아니라 땅의 이력이다. 파이낸셜뉴스는 LG이노텍의 하이퐁 누적 투자액이 이미 20억달러(약 3조667억원)를 넘어섰고, 이들 공장에서 주로 카메라 모듈을 생산해 왔다고 전했다. 즉 이번 기판 공장은 스마트폰·전장용 카메라 모듈로 다져 둔 베트남 거점 위에 반도체 후공정(패키지 기판)을 얹는 그림이다. 하나의 나라 안에서 광학 모듈과 기판이라는 두 축을 함께 굴리는, 부품사의 수직·수평 확장이 동시에 진행되는 셈이다.
생산 전략도 이원화됐다. 더구루는 경북 구미를 '마더 팩토리'로, 베트남 하이퐁을 범용 기판 양산기지로 나누는 구도라고 전했다. LG이노텍은 구미에서도 기존 발표한 6000억원 투자와 별개로 고객사 물량을 기반으로 FC-BGA 증설을 검토 중이며, 구미와 베트남을 양대 생산거점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회사는 PS 사업 매출을 2030년 3조원 이상, 영업이익을 2031년 1조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이 흐름을 조금 물러서서 보면, 첨단 부품 생산의 무게중심이 중국 바깥으로 이동하는 큰 물결의 한 장면이다. AI 서버와 전장 수요가 동시에 기판·모듈 캐파를 끌어당기는 국면에서, 한국 부품사들은 국내 마더 팩토리 + 동남아·북미 양산기지라는 비중국 이원화 구조를 서두르고 있다. 앞서 삼성전기가 부산·세종·베트남으로 기판·MLCC 캐파를 늘린 것과 결이 같다. 다만 이번 사안의 주체는 LG이노텍과 삼성전기이며, 출처들은 이를 특정 완성차·로봇 공급망과 직접 연결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배경 흐름은 국내 전장·카메라 모듈 업체 전반에 우호적으로 읽힌다. 카메라 모듈과 반도체 기판이 함께 '비중국 거점'으로 재편될수록, 완성차·로봇이 요구하는 공급 안정성·지역 다변화의 기준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모베이스전자(012860.KQ)처럼 차량용 카메라 모듈·전장 모듈을 국산화하고 멕시코 등 북미 대응 거점을 갖춘 업체에는, 이런 비중국·다지역 공급망 재편이 중장기적으로 우호적 배경이 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물론 이는 산업 흐름에 기반한 추론이며, 이번 LG이노텍 투자가 모베이스와 직접 연결되는 사안은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해 둔다.
부품의 지리학이 바뀌면 그 위에 올라탈 수 있는 후발 주자의 기회도 재정의된다. 카메라의 땅에 기판을 심는 LG이노텍의 선택은, 한국 부품 생태계가 '어디에서 만드느냐'를 경쟁력의 문법으로 끌어올리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본 글은 공개 자료에 기반한 정보 제공 목적의 기록이며, 투자 권유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