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산업

모바일 나침반에서 자동차 조향까지: 해치텍 코스닥 상장과 '자기센서 국산화'의 다음 무대

자동차가 점점 더 많은 전기 신호로 굴러가면서, 정작 그 신호를 처음 만들어내는 센서 반도체가 공급망의 조용한 병목으로 떠올랐다. 차의 눈에 해당하는 이미지센서나 레이더가 주목받는 사이, 조향각이 몇 도인지, 페달을 얼마나 밟았는지, 모터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읽는 자기센서(magnetic sensor)는 상대적으로 조명을 덜 받아왔다. 이 영역은 오랫동안 해외 아날로그 반도체 기업들이 장악해온 곳이기도 하다. 그 판을 국산화로 흔들어보겠다는 회사가 상장 무대에 오른다.

디일렉은 7월 6일, 센서 집적회로(IC) 팹리스 해치텍이 오는 8월 19일 기술특례상장으로 코스닥에 입성한다고 보도했다. 회사는 이달 27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여의도 일대에서 기업설명회를 갖고, 8월 6일부터 이틀간 청약을 실시한다. 공모희망가액은 2만3000~2만8000원, 예상 시가총액은 1285억~1564억원 수준이다. 앞서 뉴시스는 6월 29일 해치텍이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상장 절차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해치텍은 지난해 11월 기술평가에서 A등급을 받아 재무 요건과 무관하게 상장할 수 있는 요건을 맞췄다.

해치텍의 뿌리는 매그나칩반도체다. 2017년 매그나칩의 센서 사업부가 분리돼 설립됐고, 매그나칩 자체가 2004년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에서 분사한 시스템 반도체 조직이었다. 제품 생산은 옛 한 식구인 SK키파운드리에 맡긴다. 현재 매출의 과반은 지구 자기장을 감지해 스마트폰 전자나침반 기능을 하는 지자기센서에서 나오며, 주요 고객은 삼성전자와 중국 오포·비보다. 뉴시스는 해치텍이 그동안 해외 제품에 의존해온 자기장센서 분야에서 초소형·저전력·고정밀 국산화를 이뤄낸 점을 강조했다.

  • 8월 19일 해치텍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 예정일, 공모희망가 2만3000~2만8000원
  • 231억원 회사가 제시한 올해 매출 전망(전년 약 141억원 대비 63.8% 증가), 흑자 전환은 2027년 예상
  • 230억~280억원 상장으로 확보할 자금, 일부를 차량용 TMR 자기센서 IC 개발에 투입

이번 상장 서사의 핵심은 모바일 탈피다. 해치텍은 스마트폰용 자기센서 중심 사업을 산업기기와 자동차 전장으로 넓히기 위한 신규 센서 IC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그 축이 터널자기저항(TMR·Tunnel Magneto-Resistance) 기반 차세대 자기센서다. TMR은 자기장 변화에 따라 전기저항이 달라지는 현상을 이용해, 자석의 위치·회전·개폐 상태를 감지하고 전류가 만드는 자기장을 읽어 전류센서로도 응용할 수 있다. 홀(Hall) 센서보다 미세한 자기장에 민감해 정밀도가 높고 전력 소모가 적은 기술로 꼽힌다.

자동차에서 이 기술이 닿는 자리는 넓다. 회사 설명에 따르면 조향·페달·스로틀, 모터의 위치·각도 감지, 전력변환 장치의 전류 측정 등이 대상이다. 이는 곧 전동화·자율주행이 깊어질수록 한 대당 탑재되는 자기센서 수가 늘어난다는 뜻이기도 하다. 조향은 스티어바이와이어로, 페달은 브레이크바이와이어로, 구동은 다수의 모터로 옮겨가면서 위치와 전류를 정확히 읽는 센서가 안전·효율의 전제가 되기 때문이다. 다만 해치텍의 차량용 제품은 아직 개발 단계이며, 자동차 부품은 긴 인증 주기를 요구하는 만큼 매출 기여 시점은 신중히 볼 필요가 있다.

이 흐름은 모베이스전자(012860.KQ) 같은 전장모듈·센싱 업체에도 우호적 배경으로 읽힐 수 있다. 출처가 해치텍과 모베이스를 직접 연결한 것은 아니지만, 차량용 자기센서·위치센서·전류센서의 국산화 저변이 넓어지면 차체 도메인 컨트롤러(BDC)·BMS·조향/구동 모듈처럼 이들 센서를 받아 통합하는 국내 전장모듈 업체에 우호적 소싱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비중국·국산 부품으로 감각 계층을 채우려는 현대차 밸류체인의 방향과도 결이 맞는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는 산업 구조에 기반한 추론이며, 특정 계약이 확인된 사안은 아니다.

정리하면, 해치텍의 상장은 단일 종목 이벤트를 넘어 자동차가 요구하는 감각 반도체의 국산화 저변이 한 칸 넓어지는 신호로 읽을 수 있다. 이미지센서·레이더가 차의 '먼 눈'이라면, 자기센서는 조향·제동·구동을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몸의 고유수용감각'에 가깝다. 이 촘촘한 감각을 국내에서 설계·생산하는 층이 두꺼워질수록, 모듈로 이를 엮는 국내 전장 공급망 전체의 협상력이 커질 여지가 있다.

본 글은 공개 자료에 기반한 정보 제공 목적의 기록이며, 투자 권유가 아니다.

본 글은 공개 자료에 기반한 정보 제공 목적의 기록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