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Gbps를 견디는 '차의 척추': 커넥터와 TSN이 완성하는 이더넷 백본
자동차 안에서 부품끼리 신호를 주고받는 통로를 차량 내부 네트워크라 부른다. 지난 몇 년간 이 신경망의 큰 흐름은 40년 묵은 CAN·LIN에서 차량용 이더넷으로 갈아타는 것이었다. 그런데 2026년 여름의 뉴스는 그다음 질문을 던진다. 이더넷의 속도가 100Mbps급에서 1Gbps, 10Gbps를 지나 25Gbps까지 뛰어오르는데, 그 속도를 정작 무엇이 실제로 견디게 하느냐는 것이다. 답은 화려한 반도체가 아니라 눈에 잘 띄지 않는 두 계층, 물리적 커넥터와 데이터의 시간 규칙에 있다.
먼저 물리 계층이다. 미국 인터커넥트 기업 몰렉스는 현지시간 6월 30일 25Gbps를 지원하는 자동차용 고속 이더넷 커넥터 시스템 HSAutoLink G를 공개했다고 디일렉이 6일 보도했다. 몰렉스는 이 제품이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레이더·라이다·중앙 컴퓨트 모듈을 잇는 데 쓰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점은 기존 미국자동차연구협의회(USCAR) 이더넷 인터페이스와 호환되도록 설계해, 회로 전체를 다시 그리지 않고 커넥터만 바꿔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게 했다는 대목이다.
속도가 오를수록 물리적 난도는 급격히 높아진다. 25Gbps 신호는 작은 잡음에도 흐트러지기 때문에, 몰렉스는 전자파간섭(EMI) 차폐와 차동 임피던스 제어를 넣었다. EMI 차폐는 전기 잡음으로부터 신호를 지키는 기능이고, 차동 임피던스 제어는 신호가 지나는 전기적 조건을 일정하게 맞춰 품질을 유지하는 기술이다. 회사는 전자부품이 빽빽이 들어찬 차량 내부에서 이 기능들이 신호 오류와 검증 지연, 설계 변경 부담을 줄인다고 밝혔다. 다만 실제 25Gbps 통신에는 이를 지원하는 이더넷 칩·케이블·회로기판 설계가 함께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25Gbps 몰렉스 HSAutoLink G가 지원하는 차량 이더넷 속도(기존 10Gbps급 대비 상향)
- 200만 대+ RTI 커넥트 드라이브가 탑재됐다고 회사가 밝힌 전 세계 차량, OEM 25개사 이상 도입
- ms 단위 DDS·TSN 결합으로 제어하는 결정론적 지연 목표(밀리초 수준)
두 번째 계층은 '언제' 도착하느냐를 다루는 규약이다. 실시간 통신 기업 RTI(Real-Time Innovations)는 6월 30일 서울에서 차세대 차량용 실시간 통신 플랫폼 커넥트 드라이브(Connext Drive)를 공개했다고 데일리포스트가 전했다. 핵심은 소프트웨어 표준인 DDS(데이터 분산 서비스)와 하드웨어 표준인 TSN(시간 민감형 네트워킹)을 두 개의 계층으로 묶은 '결정론적 통신'이다. TSN은 차량용 이더넷에서 병목 없이 중요한 데이터를 정해진 시간 안에 도달시키는 하드웨어 제어 기술이다. RTI는 인포테인먼트 영상·음성 트래픽이 한꺼번에 몰려도 제동·조향 같은 생명과 직결된 제어 데이터의 흐름을 완전히 격리해 구동한다고 설명했다.
이 두 뉴스가 같은 날 나온 것은 우연이 아니다. 자동차가 자율주행·차량 AI·존(Zonal) 아키텍처가 결합된 고성능 컴퓨팅 구조로 진화하면서, 대용량 데이터를 오차 없이 실시간으로 나르는 신경망이 완성차의 핵심 경쟁력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RTI는 커넥트 드라이브가 이미 200만 대 이상 차량에 탑재됐고 글로벌 OEM 25개사 이상이 도입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회사 발표 기준 수치이므로 절대값으로 단정하기보다 채택 흐름의 방향으로 읽는 편이 안전하다. 물리(커넥터)와 규약(TSN·DDS)이 동시에 25Gbps급을 향하고 있다는 점이 이번 소식의 공통 메시지다.
이 흐름은 국내 전장 공급망에 어떤 의미일까. 25Gbps 백본과 존 아키텍처가 확산될수록, 그 백본의 양끝에 붙는 고해상도 카메라 모듈·센서 모듈과 구역을 통합 제어하는 도메인 컨트롤러의 수요는 함께 늘어날 수 있다. 데이터를 빠르게 나를 통로가 넓어진다는 것은, 그 통로에 실을 감각 데이터의 원천(카메라·레이더)과 이를 처리·중계하는 모듈이 그만큼 더 필요해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차량용 카메라 모듈과 차체 도메인 컨트롤러(BDC)를 다루는 모베이스전자(012860) 같은 전장모듈 업체에는 우호적 배경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이번 몰렉스·RTI 발표는 두 회사의 제품과 도입 레퍼런스에 관한 것으로, 두 출처 모두 모베이스를 이 사건에 직접 연결하지는 않았다. 특정 수주나 채택이 아니라 산업 구조가 향하는 방향에 대한 추론으로 읽어야 한다.
결국 차량 신경망 경쟁의 무게중심은 '얼마나 빠른가'에서 '25Gbps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견디는가'로 옮겨가고 있다. 커넥터의 차폐 설계와 통신의 시간 규칙이라는, 눈에 잘 안 띄는 두 계층이 SDV의 실제 완성도를 가른다. 데이터가 폭증할수록 이 조용한 뼈대를 채우는 부품·모듈·소프트웨어 업체들의 자리도 함께 넓어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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