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파로 로봇을 먹인다: '빔 무선전력전송'과 휴머노이드 충전이 표준의 문턱을 넘는 순간
자율주행차와 휴머노이드 로봇이 아무리 정교하게 움직여도, 결국 배터리가 바닥나면 멈춘다. 지금까지 이 문제의 해법은 크게 두 갈래였다. 하나는 스스로 플러그를 꽂는 충전 로봇, 다른 하나는 패드 위에 올라서면 되는 근접 유도(誘導) 무선충전이다. 그런데 2026년 하반기 들어, 논의의 초점이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전선 없이'를 넘어 '떨어진 거리에서 전파로 전력을 쏴줄 수 있느냐'는 질문이다.
2026년 7월 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립전파연구원, 한국전자파학회, 한국전파진흥협회는 건국대 서울캠퍼스에서 '제2회 전파에너지 워크숍'을 공동 개최했다. 전자신문 보도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는 AI 기반 무선전력전송(WPT) 최적화, 휴머노이드·자율이동 로봇용 무선충전, 그리고 전파 빔으로 에너지를 원거리로 보내는 'Beam WPT' 같은 차세대 기술이 핵심 주제로 다뤄졌다. 정창림 국립전파연구원장은 "전파는 더 이상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에 머무르지 않고, 에너지를 전달하는 미래 산업 인프라로 진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서 짚어둘 구분이 있다. 흔히 말하는 전기차 무선충전은 코일 사이의 자기장을 이용하는 근접 유도 방식이다. 반면 Beam WPT는 전파 자체를 특정 방향으로 모아 쏘는 원거리 방식으로, 개념과 규제·표준이 다르다. 전파연구원이 국제표준화와 제도 기반 마련을 강조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주파수 배분, 인체 안전, 빔의 정밀 조향 같은 문제가 상용화의 관문으로 남아 있고, 이는 기술 성숙도 못지않게 규제 정비가 시장을 여는 열쇠라는 뜻이기도 하다.
- 2026.7.3 제2회 전파에너지 워크숍(국립전파연구원·전자파학회·전파진흥협회 공동, 건국대)
- Beam WPT 근접 유도를 넘어선 원거리 전파 빔 방식, 워크숍 핵심 의제로 부상
- 88~95% 무선(유도) 충전 효율 88~93% 대 유선 약 95% (ZDNet 2026.6.15 보도 기준)
왜 하필 지금 로봇 충전이 표준의 문턱을 넘으려 하는가. 산업 현장을 보면 답이 보인다. ZDNet Korea가 2026년 6월 15일 전한 바에 따르면, 샤오미는 6월 11일 차량의 충전 포트를 AI 비전으로 1㎜ 미만 오차 범위에서 인식해 스스로 꽂는 가정용 충전 로봇 팔을 공개했다. 현대자동차 역시 인천국제공항에서 자체 개발한 자동 충전 로봇을 시험 운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테슬라가 2014~2015년 '금속 뱀' 형태의 충전 로봇 시제품을 선보였다가 상용화에 실패하고 무선충전으로 방향을 틀었던 것과 비교하면, 자율 충전이라는 오래된 꿈이 이제 여러 갈래로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같은 ZDNet 보도는 방식별 효율도 정리했다. 유도 무선충전은 패드 위에 정확히 주차해도 효율이 88~93% 수준인 반면, 유선 충전은 약 95%로 손실이 적다는 것이다. 로봇 팔 방식은 유선의 효율과 무선의 편의성을 동시에 노린다. 다만 무선충전 효율도 과거 80%대에서 최근 93%까지 빠르게 올라오고 있어, 어느 방식이 표준으로 굳을지는 아직 열려 있다. 중요한 것은 완전 자율의 마지막 빈칸이 '스스로 먹이를 찾는 능력', 곧 충전 인터페이스라는 점이며, 워크숍은 그 인터페이스를 로봇·휴머노이드까지 확장해 표준으로 묶으려는 신호였다.
이 흐름은 부품·모듈 공급망에 우호적 배경을 만든다. 자율 충전이든 유도·빔 무선충전이든, 공통적으로 정밀 위치 인식(비전·센싱), 전력변환 모듈, 커넥터·코일, 안전 제어 전장이 한 묶음으로 들어간다. 차량이 컴퓨터가 되고 로봇이 배터리로 움직일수록, 이 '충전을 매개하는 전장 부품'의 수요가 함께 커질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다만 이번 워크숍과 ZDNet 보도는 특정 국내 부품사를 지목하지 않았으므로, 아래 연결은 사실 확인이 아니라 산업 구조에 기반한 합리적 추정임을 분명히 해둔다.
이 지점에서 모베이스전자(012860.KQ)가 거론될 여지가 있다. 이 회사는 22kW급 무선충전과 BDC(차체 도메인 컨트롤러)·전력 관련 전장모듈을 사업 축으로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유도 무선충전과 자율 충전이 확산될수록 고출력 전력변환·제어 모듈을 다루는 전장 업체에는 우호적 배경이 될 수 있다. 물론 Beam WPT 같은 원거리 방식은 아직 표준·규제 단계로, 당장의 수주로 이어진다는 근거는 없다. 회사가 이 사건에 직접 연결됐다는 발표도 없다. 그럼에도 '충전 인터페이스의 전장화'라는 큰 방향은 전장모듈·전력 부품을 국산화해 온 기업에 기회 요인으로 읽힐 수 있다는 정도로만 짚어둔다.
정보를 전달하던 전파가 이제 에너지를 전달한다는 문장은 은유가 아니라 산업 로드맵이 되어가고 있다. 자율주행차든 휴머노이드든,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기계에게 남은 마지막 종속성은 '전원 케이블'이다. 그 케이블을 끊는 방식이 로봇 팔, 유도 코일, 전파 빔으로 갈라지며 경쟁하는 지금, 진짜 승부는 화려한 로봇 팔이 아니라 그 뒤에서 전력을 정밀하게 변환·제어하는 전장 부품과, 그것을 묶어낼 국제표준에서 갈릴 가능성이 거론된다. mobilitychain의 시선에서 보면, 표준화 논의가 본격화된다는 것 자체가 부품 공급망이 다음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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