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못 보는 것'을 감지하다: 인피니언, ams오스람 센서 사업 1조원 인수와 차·로봇을 잇는 감각
자율주행과 로봇을 이야기할 때 사람들의 시선은 대개 '눈'에 쏠린다. 카메라, 라이다, 레이더 같은 광학·전파 센서 말이다. 그러나 기계가 세상과 부딪히지 않고 움직이려면, 빛으로는 볼 수 없는 것들도 감지해야 한다. 부품이 지금 어느 각도에 있는지, 온도가 얼마나 올랐는지, 손이 스티어링 휠에 닿아 있는지. 이 '비광학(non-optical) 감각'을 담당하는 반도체 시장에서 2026년 7월, 국경을 넘는 재편이 마무리됐다.
유럽 최대 차량용 반도체 기업 인피니언 테크놀로지스가 오스트리아·독일계 조명·센서 기업 ams오스람의 비광학 아날로그·혼합신호 센서 사업 인수를 7월 1일(현지 시간) 완료했다고 디일렉이 7월 3일 보도했다. 부채·현금을 제외한 사업 가치 기준 인수가액은 5억7,000만유로, 약 9,900억원이다. 지난 2월 발표된 거래로, 관련 인력 230명이 인피니언에 합류했다. 생산 시설은 인수 대상에서 빠졌고 ams오스람이 일정 기간 위탁 제조를 제공한다. 인피니언은 해당 사업의 올해 매출을 2억3,000만유로로 추산했다.
주목할 것은 인수한 자산의 정체다. 위치·온도 센서와 정전용량식(capacitive) 감지 자산이 핵심이다. ZDNet 코리아와 아이뉴스24 보도를 종합하면, 인피니언은 이 사업을 자사 '엣지 시스템(ES)' 부문의 기존 센서·무선주파수(RF) 사업과 통합해 센서·연산·연결·보안을 한 묶음으로 묶는다. 즉 '빛을 감지하는 광학 센서'가 아니라, 물리량 그 자체를 읽는 아날로그 감각을 확보한 것이다.
여기서 차와 로봇이 같은 부품으로 연결된다. 인피니언이 밝힌 이 위치·정전용량·온도 센서의 활용처에는 차량 섀시 위치 감지, 운전자 손 감지(HOD·hand-on-detection), 그리고 로봇 관절의 각도·위치 감지가 나란히 놓인다. 자동차의 조향·서스펜션·운전자 모니터링에 쓰이던 센서 기술이, 그대로 휴머노이드와 협동로봇의 관절 제어로 넘어가는 것이다. '피지컬 AI'가 몸을 움직이려면 관절마다 정밀한 위치·각도 피드백이 필요한데, 그 감각의 원류가 자동차 전장이라는 점을 이번 딜은 다시 확인시킨다.
- 약 9,900억원 인피니언의 ams오스람 비광학 센서 사업 인수가액(5.7억유로, 부채·현금 제외 사업가치 기준)
- 230명 인피니언에 합류한 관련 인력, 생산 시설은 인수 제외·위탁 제조로 전환
- 3+1 인수 자산이 겨냥하는 응용: 자동차·산업·소비자 그리고 의료(혈당 모니터링), 여기에 로봇 관절 감지가 더해진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이 '감각의 통합'으로 움직이는 이 흐름은, 한국의 전장·센서모듈 업체에도 우호적 배경으로 읽힌다. 완성차와 로봇이 요구하는 감각의 종류가 늘어날수록, 그 감각을 모듈로 묶어 공급하는 국내 업체의 역할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모베이스전자(012860)가 대표적이다. 모베이스전자는 차량용 카메라 모듈, 스마트키, HMI, 차체 도메인 컨트롤러(BDC) 등 '차량이 주변과 운전자를 감지하고 조작하는' 접점에 사업이 걸쳐 있다. 정전용량식 감지가 확산되는 운전자 손 감지나 조작부, 그리고 센서 융합이 필수인 카메라 모듈 시장의 확대는 이런 업체에 우호적일 수 있다. 다만 이번 인피니언·ams오스람 거래는 두 유럽·글로벌 기업 간의 반도체 자산 이동이며, 보도가 모베이스전자를 직접 연결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둔다. 어디까지나 '감각 반도체의 저변 확대'가 국내 모듈 업체에 어떤 기회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합리적 추론이다.
더 넓게 보면, 이번 딜은 반도체 산업이 왜 지금 '센서 통합'에 베팅하는지를 보여준다. 앞서 온세미가 시냅틱스를 인수하며 '전력·센서·연산·연결'을 한곳에 모으려 했던 것과 결이 같다. 차와 로봇이 점점 더 많은 물리량을 실시간으로 읽어야 하는 시대에, 개별 센서 칩을 파는 것보다 '감각의 스택'을 통째로 제공하는 쪽이 부가가치가 크다는 판단이다. 자동차 전장에서 다져진 감각이 로봇으로 확장되는 이 구조 속에서, 한국의 부품·모듈 업체가 어느 층위를 잡느냐가 다음 10년의 밸류체인 지분을 가른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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