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로봇 공급망의 기록
로봇·모빌리티 테마와 전장(자동차 전자부품) 공급망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공시·거래소 데이터로 정리한 사실의 타임라인.
전 490편 · 45 / 62 페이지
배터리에서 구리 50kg을 걷어내다: '무선 BMS'와 사라지는 배선
전기차 배터리 팩 안에는 수백 개의 셀을 관리하는 '신경망'이 있다. 각 셀의 상태를 읽어 BMS로 보내는 구리 배선인데, 그 무게가 완성차 한 대당 평균 50kg에 달한다. 그 배선을 통째로 걷어내는 기술이 '무선 BMS'다. 현대차가 제네시스 GV90에 처음 적용하며, 배터리 관리의 문법이 유선에서 무선으로 넘어가고 있다.
자율주행차의 눈이 똑똑해진다: 차량용 이미지센서와 '시각 지능'의 부상
자동차 카메라 모듈은 앞서 다뤘다. 그런데 그 카메라의 진짜 심장은 빛을 전기 신호로 바꾸는 반도체, 이미지센서다. 차가 똑똑해질수록 눈의 수는 늘고 값은 오른다. 게다가 이제 이미지센서는 그냥 '보는' 것을 넘어, 센서 안에서 스스로 판단하는 '시각 지능'으로 진화한다. 자동차와 로봇이 같은 눈을 공유하는 시대다.
관절 속의 '보이지 않는 정밀': 휴머노이드 베어링과 표준 선점 경쟁
로봇의 관절을 이야기할 때 감속기와 모터는 자주 등장한다. 그런데 그 관절이 부드럽고 정확하게 돌게 하는 더 작은 부품이 있다. 베어링이다. 휴머노이드 시장은 아직 표준 규격조차 정해지지 않은 초기 단계다. 그 백지 위에 설계 기준을 먼저 그리려는 경쟁이 시작됐고, 일본과 독일에 기대던 고정밀 베어링을 국산화한 한국 기업이 그 자리에 끼어들었다.
수입 95%의 칩을 직접 만든다: 현대모비스가 쏘아올린 'K-차량용 반도체'
2021년, 반도체가 없어서 다 만든 차를 출고하지 못했다. 차량용 반도체의 95% 이상을 수입에 기대던 구조가 만든 참사였다. 그 트라우마가 한국을 움직였다. 현대모비스가 국내 팹리스·파운드리 23곳을 모아 'K-차량용 반도체' 양산에 나선다. 내년부터 10종 이상, 모바일·가전 기술을 차로 끌어오는 영리한 전략으로.
차와 차가 직접 대화한다: 'V2X 통신 반도체'와 자율주행의 신경망
자율주행차는 자기 눈(센서)만으로 달리지 않는다. 모퉁이 너머 보이지 않는 차, 빙판길, 사고 현장을 미리 알려면 차와 차, 차와 도로가 직접 대화해야 한다. 그 대화를 가능케 하는 것이 'V2X 통신 반도체'다. 퀄컴과 NXP가 장악한 이 시장에서, 한국의 작은 팹리스 에티포스가 글로벌 톱10에 이름을 올리며 'V2X 주권'을 말하고 있다.
바퀴 안으로 들어간 모터: '인휠 시스템'과 구동계가 사라진 자동차
자동차는 100년 넘게 같은 방식으로 움직였다. 중앙의 동력원이 변속기와 구동축, 디퍼렌셜을 거쳐 바퀴로 힘을 보낸다. 그런데 모터를 아예 바퀴 안에 넣으면 어떻게 될까. 현대모비스의 '인휠 시스템'은 이 발상에서 출발해, 구동계를 통째로 없애고 네 바퀴를 따로따로 제어한다. 하드웨어 혁신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소프트웨어 혁신이고, 그 끝은 로봇과 특수 모빌리티로 이어진다.
전기차 인버터 속 '숨은 댐': DC링크 커패시터와 필름 소재의 국산화
전기차의 심장은 배터리지만, 그 심장 박동을 고르게 다듬는 장치가 따로 있다. 배터리와 모터 사이에서 출렁이는 전압을 잡아주는 'DC링크 커패시터'다. 인버터 효율을 좌우하는 이 부품의 핵심은 얇은 필름이고, 그 필름의 원재료는 오랫동안 일본과 유럽에 기대 왔다. 이제 한국 부품사들이 원재료부터 완제품까지 공급망을 안으로 들이고 있다.
차의 두뇌를 떠받치는 무대: '차량용 AP 모듈'과 반도체 기판의 부상
차가 컴퓨터가 된다는 말은 익숙하다. 그런데 컴퓨터에는 두뇌(AP)가 있고, 그 두뇌가 앉을 '무대'가 있다. 자동차 전장에서 그 무대가 바로 반도체 패키지 기판이다. 칩 하나에 400개 넘는 부품을 담은 차량용 AP 모듈, 그리고 그것을 받치는 미세한 기판이, 차량 전자의 보이지 않는 승부처로 떠오르고 있다.